정성태 [칼럼]

박홍 이사장의 시대 정신 유감/정성태

시와 칼럼 2010. 9. 29.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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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박홍 이사장이 잊을만 하면 색깔론을 들먹이며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전두환 정권 당시 주사파 발언으로 나라 전체에 큰 파문을 일으켰던 그가, 노무현 정권의 지지율 하락과 함께 더욱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는 지난 10월 21일, 안양시 주최로 열렸던 강연에서 현 정부에 대해 “공산주의로 위장하고 있으며 반미, 친북을 주도하여 내부적으로 북한이 점거토록 하는 집단”이라며 상식 밖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리고 어제 있었던 모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열린당 내의 386 출신 의원들을 향해 “사고의 원천이 계급투쟁적이어서 매우 위험한 돌대가리 같은 사람들"이라며 원색적 비난을 마다하지 않았다.

마치 군사독재 시절에 무차별적으로 행해졌던 야당 탄압용 메커니즘이 새로운 형태로 재현되고 있는 것 같다. 도무지 주파수가 고정되지 않는 라디오에서 새어나오던 찍찍거리는 소음을 또 다시 듣고 있는 참담한 심정이다. 아울러 예전 북한의 대남방송을 잘못 듣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성직자로서 그리고 교육자로서 과연 박홍 이사장이 입에 담을 수 있는 말인지 참으로 착잡하기만 하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 그리고 국회 과반 이상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집권 여당의 정치력 부재와 성숙되지 못한 정치공방에 대해서는 결코 적지 않은 점에서 비판이 있을 수 있다. 또한 걸핏하면 야당과 과거 정권 탓만 하는 것도 결코 바람직한 자세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비록 부족하지만 나름대로 우리사회의 구태를 벗겨내기 위해 시도되고 있는 이런 저런 정부정책이나 입법활동에 대해 이를 공산주의니 뭐니 한다는 것은 참으로 천박한 수준의 언어사용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사회원로급 지도자로써 박홍 이사장이 갖는 정치적 발언의 파장은 실로 크고 막중하다. 따라서 어떤 국가정책이나 국회의 입법안을 두고 그에 대한 문제점이 있다면 이를 지적하는 일이야말로 매우 바람직하고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설혹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 하여 함부로 사실을 오도하고 또 막말을 한대서야 어디 될 일인가. 그는 특별히 성직자이며 동시에 교육자가 아니던가. 자신의 말이 사회적으로 어떤 반향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가에 대해 이를 깊이 고민하고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박홍 이사장의 말 가운데 새겨 들을만한 내용이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니다. 가령 "애를 씻기고 나서 구정물만 버려야 하는데 구정물을 버리면서 애까지 버리고 있다"거나 또는 "문화적으로 미움이 바탕이 되면 미움의 문화가 된다. 만인이 만인에 대해 늑대가 돼 버린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바가 크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나 정부 여당이 향후 국정을 운영함에 있어 귀한 교훈으로 삼아야 하는 것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박홍 이사장 자신도 그러한 지적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 같다. 특별히 자신의 입으로 내뱉은 비난을 넘어선 저질 욕설은 우리사회에 또 다른 미움을 싹트게 한다는 사실을 명심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립학교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도 예외는 아니다. 이에 대한 박홍 이사장의 문제 제기를 살펴보고, 지성이 마비된 자리에 들어 설 수 있는 것은 독설 뿐이란 사실을 짚어보고자 한다. 특별히 사학에 대한 정부의 지원금이 절반 내외가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단의 교사 임용을 비롯한 여러 형태의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함께 밝힌다. 따라서 일정한 몫의 외부 개입이 있어야 함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라 하겠다.

사학법 개정안과 관련한 박홍 이사장 주장에 따르면 "민주화의 이름으로, 공공성의 이름으로, 투명성의 이유로 권한을 박탈해 교장에게, 교직원에게, 또 위원에게 주는 것은 실패한 공산당보다 더 한 악법 중의 악법이다." 이에 대한 필자의 입장은 “독재적인 이름으로, 사익적인 이름으로, 비밀성의 이유로 권한을 주장해 재단 이사장에게, 친인척에게, 또 가족에게 주는 것은 타락한 자본보다 더한 악법 중의 악법이다.” 

시인 정성태 

2004년 11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