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스스로 악의 축이 되고 있는 부시 정권/정성태

시와 칼럼 2010. 9. 29.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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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에서 연거푸 승리한 공화당 부시 대통령이 그의 자축연이 채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또 다시 이라크의 팔루자에 대한 대규모 지상공격을 단행했다.

미군의 이라크 침공에 대한 세계인의 거센 비판과 미국 내에서의 상당수 반대여론을 감안해 부시 정권이 보다 유연한 해결책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파괴와 살상이라는 최악의 길을 택하고 말았다. 특별히 UN의 반대가 있었음에도 이를 묵살한 행위는, 평화를 사랑하는 대다수 인류의 염원에 충격과 슬픔을 안겨 주기에 충분하다.

미군측의 이번 폭격에 대한 배경 설명에 의하면, 팔루자에 대한 평화적 해결 방안으로 요르단 출신의 테러리스트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를 넘겨받는 조건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저항군측 설명은 완전히 상반된다. 자신들도 전혀 행방을 알고 있지 못하는 인물을 지목하며 미군이 협상을 시도하겠다는 것 자체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란 것이다. 그런데도 협상이 결렬된 모든 책임을 자신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은 미군의 부도덕성을 감추기 위한 하나의 기만술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느쪽 말이 진실일까?

물론 여기서 미군측의 말을 믿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것은, 지난 4월에도 미군은 3주간이나 팔루자를 봉쇄하고 대대적인 폭격을 가했었다. 그러나 천여 명이 넘는 이라크 민간인 희생자만 양산한 채 소득없이 물러난 바 있다.

사실 미국의 공공연한 거짓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은 많다. 당초 부시가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내세운 명분이란 것이, 당시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의 원천봉쇄 아울러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와의 연계고리 차단 그리고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수립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애초 당위성과는 크게 달리, 이라크 내에서의 그 어떠한 물적 증거나 타당한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미군 침공이 있기 전, 유엔 무기사찰단의 250여 차례에 걸친 현장 조사에서도 입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후 미 지상군의 이라크 완전 점령 후에도 별다른 것이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알 카에다와의 개연성도 조작에 의한 사실무근이란 것이 드러났다. 그런가 하면,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수립하겠다던 미국의 말과는 딴판으로 오히려 미군의 손에 의해 현재까지 이라크인 20,000 명 이상이 살해당한 상태다. 여기에는 미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인한 민간인이 대부분이며 심지어는 젖먹이 어린아이까지 적잖이 포함되어 있다.

이렇듯 미국의 목적은 아주 단순명료하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언제든 남의 나라 국민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인권과 자유는 무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국가가 다 아는 바와 같이 미국의 이라크 침략이란 것도, 기실 중동 지역에서의 패권강화와 석유찬탈 그리고 자국의 군수산업체 지원에 있음은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다.

이는 다시 말해 중동지역에서의 반미 국가에 대한 확고한 힘의 제압을 통해 친미 정권을 수립하겠다는 것이며 아울러 이를 통해 여타 느슨해지고 있는 아랍권에 미국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수립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또한 미국 군수회사의 무기 재고를 소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임과 동시에 무기의 성능시험도 보다 실질적으로 이루어 낼 수 있는 계기를 제공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 2위의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이라크의 유정 채굴권을 완전히 장악함으로써 값싼 석유를 자신들의 의지대로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지난 해 5월 1일, 미국 부시 대통령이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 선상에서 이라크와의 종전을 선언하며 마치 자신들이 단기간에 거쳐 전쟁에서 승리한 것처럼 국제사회에 대고 선전하던 기억이 아직 새롭다. 언뜻 보면 참으로 그럴 듯하게 들렸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라크 집권세력이던 후세인과 그 측근들을 제거하고 이라크 전역을 초토화 시켰으니 일견 외형상으로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미국의 힘에 의한 복속적 평화가 가능한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오늘날 이라크 사태를 비롯한 중동문제 전체를 들여다보면 극명해 진다. 아울러 국제사회의 미국에 대한 비난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음을 통해 더욱 명확히 깨달을 수 있다. 또한 세계 도처에서 테러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현실이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세계국가가 각기 간직하고 있는 문화적 특성과 자주권을 인정하지 않은 채, 오직 폭압적인 수단으로 모든 것을 무시하고 제압함으로써 자국의 이익만을 취하겠다는 공화당 부시 정권 스스로가 정작 악의 축은 아닌지 살펴 볼 일이다. 

시인 정성태 

2004년 11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