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盧 대통령의 시정 연설에 대해/정성태

시와 칼럼 2010. 9. 29.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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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크게 정리해 보면 고용확대 통한 경제회생, 수도권 과밀해소와 지역균형발전 그리고 산업기술력 향상과 첨단과학 육성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로 해석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예전과 달라진 점은 지속적인 개혁을 단행하되, 법과 원칙을 지키며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우리경제가 처한 심각성을 솔직히 인정하고 있다는 측면이다.

이는 참여정부의 향후 국정운영을 예측해 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별히 주목되는 것은, 그간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독선적인 국정운영에서 벗어나 보다 폭넓게 국민여론을 반영하겠다는 뜻이 일정부분 읽혀지고 있다는 고무적인 현상이다. 대통령의 생각만이 지고지선이란 지금까지의 오만과 편견에서 벗어나 국민화합을 통한 안정적인 기조 위에서 국정을 펼치겠다는 뜻으로 풀이돼 긍정적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몇 가지 지적되어야 할 문제점도 있다. 국정과제에 대한 여러 목표 설정에 있어서 대부분 총론적인 나열에만 그치고 있다는 우려다. 아울러 지금까지의 정책집행 과정에서 나타난 정부 여당의 오류에 대한 자기반성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사회의 소외계층과 민족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여전히 제자리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안타까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여기에 수도권 과밀해소와 지역균형발전이란 국가적 과업을 국민적 총의없이 기존의 정부 정책 그대로 고수하겠다는 발상이다.

사실 대다수 국민이 정부 여당의 수도권 과밀해소와 지역균형발전이란 당위성에 대해서는 크게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행정수도이전에 대해서는 왜 비판 여론이 비등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민의를 정확히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굳이 천도나 다름없는 무리수를 통하지 않고서도 실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여당은 아직 자기최면에서 완전히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여기에 소년소녀 가장, 독거노인, 최저임금 및 비정규직 근로자, 장애우 문제 등과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대단히 미흡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민족문제에 대해서도 어떤 실마리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런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사회복지에 대한 정부의 의지야말로 우리사회의 건강성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히 요구되는 덕목이다. 아울러 민족문제도 결코 남의 나라 일이 아닌 바로 우리의 일임을 절대 간과해서는 아니 될 말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모든 국가적 사명을 완수하는 데 있어서 보다 대의적 관점에서 폭넓게 살필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또한 겸손한 가운데 그리고 가급적이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려는 노력과 그러한 자세를 갖춰야 한다. 개혁이란 시대적 명제가 지극히 옳고 타당한 것이라 할지라도 이에 대한 국민적 분량이 어떤 것인지를 찾아 나서는 지혜로운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과식하게 되면 탈이 난다. 그리고 제 아무리 뛰어난 약재라 할지라도 그 용법과 용량이 정확해야만 병을 다스릴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국민 의식이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는 선에서 모든 정책이 추진되고 또 마무리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실제적으로 오늘보다 더 개선된 내일을 낳을 수 있게 된다. 가랑비에 옷 젖는 것과 같이 개혁은 조금씩 그러나 쉬임없이 이뤄가야 하는 긴 여정을 토대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정부 여당은 지금까지의 국정실패에 대한 철저한 자기검열이 이뤄져야 한다. 단숨에 백팔 계단을 다 오를 수 있다는 치기어린 생각으로는 결코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민정서를 도외시한 채, 내 앞에 보이는 한 그루의 나무만 보고 만사를 무리하게 처리하려다 보면 결국 극심한 국론분열만 야기할 뿐,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만다. 따라서 차근하게 한 걸음씩 나아 갈 수 있을 때 오히려 현상을 타계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될 수 있다는 사실을 교훈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시인 정성태

2004년 10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