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수도이전...'헌재 위헌 결정'을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정성태

시와 칼럼 2010. 9. 29.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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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숨이 가쁘다. 비대한 뱃살이 헉헉대며 출렁거리고, 팽배해진 허리엔 지방질이 오만하다. 미련스레 혼자서만 독식한 탓에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이 처한 위험스런 상황이다. 조선 왕조가 건국되고 그로부터 2년 후인 1394년, 지금의 서울로 수도가 이전되었으니 600년 이상 동안 성장을 거듭한 셈이다.

문제는 정치, 경제를 비롯한 사회, 문화, 교육 등 제반 분야가 서울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발전을 해 오면서 비정상적인 형태의 도시과밀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그간 꾸준히 위성도시를 개발하였지만 이는 결국 서울을 거점으로 한 거대한 수도권 벨트라인만 형성된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이와 함께 교통체증, 환경오염, 주택문제 등이 악화되면서 수도권 주민들 사이에선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욕구가 자연스레 분출되고 있다. 그런가하면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방에서는 오히려 지역균형 발전을 이뤄달라는 여론이 날로 높아가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서울과 경기의 수도권에 살고 있으니 이러한 이율배반적 현상도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위시한 참여정부와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행정수도 이전을 전격 발표하고 이후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강력히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 급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헌법재판소가 정부 여당의 행정수도이전 계획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당연히 행정수도이전과 관련된 활동은 전면 중단되고 또한 백지화 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정부 여당은 이에 대한 법리적 논쟁을 떠나 이제 스스로를 차분히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민주적 절차성을 무시한 치기 어린 발상이 결국 국민적 공감대는 고사하고 오히려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행정수도이전은 사실 노무현 대통령의 지난 대선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따라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킨다는 측면에서 볼 때는 일정 부분 긍정적으로 여길 수도 있다. 또한 수도권 집중화로 인한 폐해를 해소하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꽤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는 것은 틀림없다. 그런지라 당위성만 놓고 볼 때는 국민 누구라도 크게 이견이 있을 수 없는 대목이다. 그러나 과연 행정수도이전이라는 극단적 형태를 통해서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우려스런 마음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아울러 정부의 행정수도이전 방침에서 나타나고 있는 몇 가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우선 떠오르는 것은 수도권 과밀 해소를 위해 충남지역을 선택하고 이를 확정한 정부가, 현재 수도권 지역인 경기 일원의 그린벨트 820만평을 해제하고 그곳에 100만 가구의 국민임대주택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점이다. 또한 공장총량제 조정과 토지이용규제 해제를 통해 수도권에 생산시설을 늘리겠다는 발상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부의 상호모순을 국민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수도권 과밀해소와 함께 지역균형 발전을 이루겠다는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진위에 대해 도무지 종잡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우리나라가 오는 2025년이면 인구 정체상태에 도달하게 되고, 2015년부터는 노령화 사회로 진입한다는 통계자료가 나와 있다. 결국 그리 멀지 않은 장래에 인구의 자연감소가 이뤄 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여기에 현대인의 생활수준 향상으로 인해 도심 외곽에서 거주하려는 욕구도 증가 일로에 있다. 서울에 직장을 둔 경우, 실제 경기도 외곽 지역에 위치한 곳에서 적잖은 가구가 전원주택을 조성하고 그곳에서 출퇴근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고려되어야 할 문제는 통일 후의 천문학적인 수도이전 비용에 대해서도 심각한 고민을 함께 안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시급하게 준비해야 할 일은 결코 행정수도이전이 아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의 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한 노력을 경주하고 이를 위한 재원 사용이 훨씬 더 지혜로운 선택이 될 수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심화되어 온 지역간의 불균형으로 인해 재정자립도 뿐만 아니라 인프라에 있어서도 현격한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방자치단체 스스로가 경제주체로써 종합적이고 핵심적인 활동을 통해 지역주민에 대한 포괄적이고 일상적인 서비스 제공이 그야말로 지역간에 불균형 없이 원활히 수행되기 위해서는 그에 걸 맞는 실질적인 방안을 도출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오랫동안 소외된 지역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방경제 활성화와 함께 침체된 우리경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살리고 아울러 국토를 균형발전 시키는 데도 상당한 성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요구되는 점은, 정부의 모든 산하기관을 수도권 외의 지역으로 단계적으로 이전하는 방안이다. 민간부분의 대형공장도 수도권과는 분리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그리고 공공부분과 민간부분의 자본이 효과적으로 지방에 투입될 수 있도록 관련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를 일관성 있게 집행하는 정부당국의 실천이 뒤따라야 함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이러한 노력이 지속되게 되면 행정수도이전보다 부작용은 훨씬 덜하면서 오히려 수도권 과밀해소 효과는 더 높게 나타날 것이다. 중앙정부가 큰 틀에서 밑그림만 그리고 보다 많은 부분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것과 함께 중앙정부는 이에 대한 관리감독만 철저히 하면 되는 것이다.

정치권은 이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필요한 정보와 지혜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우선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보다 대의적인 관점에서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설계하고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제 1 야당인 한나라당 역시 이번 헌법재판소의 행정수도이전에 대한 위헌결정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해서는 절대 아니 될 말이다. 수도권 과밀해소와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한 실제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주도면밀하고 현실성 있는 대안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행정수도이전 문제와 관련해 이를 당리당략에 따른 정쟁의 도구로 삼으려는 정치인이나 정치집단이 있다면 이는 결단코 역사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면하기 어렵다는 것을 깊이 자각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 모두의 성숙한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하겠다. 

시인 정성태 

2004년 10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