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17대 국회에 똥바가지를

시와 칼럼 2010. 9. 29.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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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어렵사리 국회가 다시 열렸으나 정작 있어야 할 대정부 질문은 실종된 채 오히려 더 난장판으로 변해가고 있다. 여야 모두 민생국회를 펼치겠다고 다짐하고 국회를 정상화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예전의 구태정치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어서 조소를 금할 길이 없다. 특히 거대 정당인 열린당과 한나라당 간의 아귀다툼으로 인해 소수 정당인 민노당, 민주당, 자민련은 숨쉴 틈조차 없어 보인다.

더욱 가관인 것은 국회에 입성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초선의원들이 더 앞장 서 홍위병 노릇을 자처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가부를 따져 묻는 일은 뒷전이고 온갖 막말과 인신공격성 발언만 어지럽게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를 지켜보는 국민에게 깊은 우려를 안겨주고 있다. 정녕 17대 국회는 쓰레기 소각장이란 비난을 들어야만 제 정신을 차릴 수 있단 말인가?

국회 정상화가 이뤄져 대정부 질문이 속개된 지난 12일, 열린당의 L 의원은 정부의 수도이전과 관련된 헌재의 위헌 결정을 놓고 사법 쿠데타라며 목청을 높였다. 그렇다면 기억을 되살려 볼 일이다. 16대 국회의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재의 애매모호한 결정에 대해선 구국의 결단이라며 박장대소했던 사실을 벌써 까맣게 잊었단 말인가? 그리고 두 사건 모두 다시 국민투표라도 부쳐야 된단 말인가? 자신의 편의에 맞춰 그 때마다 이중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가 하면 같은 날, 한나라당의 H 의원은 총리를 답변석에 불러 세웠다가 아무 질문도 하지 않은 채 그냥 돌려 보내는 졸렬한 행태를 서슴치 않았다. 도대체 무엇하러 국회에 다시 들어왔단 말인가? 건방도 분수에 맞게 떨어야 하는 것이거늘, 이는 자신의 인격을 스스로 내다 버리는 망나니 짓에 불과하다. 마치 초등학교 저학년생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다며 저지르는 돌출행동과 하등 다를 것이 없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한나라당의 K 여성 의원은 총리를 지칭하면서 전(前)총리 또는 전(前) 장관이라고 불렀다. 경제부총리에 대해서는 총리 권한대행이라고 추켜세웠다. 국무위원에 대한 인사권을 한나라당의 개별 의원이 마음대로 좌지우지 하는 듯한 촌극을 연출한 것이다. 틀림없이 총리를 비하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물론 국회 파행을 불러왔던 당시 총리 발언이 부적절했던 것은 사실이다. 정쟁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할 직분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미 그에 대한 총리의 사과가 있었고 또 이를 한나라당이 받아들여 국회를 재가동시키지 않았는가?

여당인 열린당이나 제 1 야당인 한나라당 모두 참으로 한심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이면 다들 막가자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정부정책에 대한 정당한 지적은 실종되고 오직 난장판만을 벌이기 위해 국회를 다시 연 것만 같다. 왜들 이리도 스스로를 가치없고 초라하게 만들고 있는 것일까. 상호 예를 갖추는 가운데 필요한 경쟁을 할 수는 없단 말인가. 그들 모두는 명색이 국민을 대표한다는 입법부의 국회의원이 아니던가? 정치권에 대한 세간의 거친 항의에 대해서는 점잖은 충고를 아끼지 않는 정치인들이 정작 자신들이 안고 있는 문제는 전혀 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서민대중의 호곡소리는 안중에 없는 17대 국회에 차라리 똥바가지를 던진다. 

시인 정성태 

2004년 11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