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국정감사와 가을 단상/정성태

시와 칼럼 2010. 9. 27. 03:13
728x90

한국의 사계는 비교적 뚜렷하다. 예전 먼 시골길을 걸어 학교에 다니던 유년시절과 비교해 보면 뭔가 좀 다른 것 같은 생각도 없잖아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의 계절은 제 오고 감이 분명하다. 이제 가을 기운이 참으로 완연하다. 굳이 시인이 아니라 할지라도 뭔가 시심이 불현듯 일어나게 되고 또 시 한 편쯤 지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되는 때다.

작금의 나라 형편이 여러모로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특별히 경제사정의 악화로 인해 서민대중의 삶은 그야말로 피폐일로를 치닫고 있다. 그런데도 어찌 된 것이 우리 정치권의 정쟁은 끝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터널을 질주하고 있는 듯 하다. 물론 사람 사는 동네에 여러 복잡다단한 일들이 발생하게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그리고 그로 말미암은 이해 당사자간의 분쟁도 어쩌면 불가피한 측면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돌이켜 볼 일이다. 제 아무리 학문적 경지가 높고 또 그 업적이 지대한 것이라 할지라도 이와 함께 정서적 토양이 일정부분 갖춰지지 않는다면 그에게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보다는 오직 독선과 오만으로 인한 상채기만 깊어 갈 뿐이란 사실이다. 따라서 인간의 품성과 미덕이 실종된 곳에서 공동체의 모범은 찾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미적 교감이 전무한 곳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파괴와 혼란 뿐이란 점을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17대 국회들어 첫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그런데 이를 바라보는 국민 일반의 여론은 여야 정치권을 막론하고 매우 차갑기만 한 것 같다. 뭔가 새로운 정치문화를 통해 조국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집권 여당에 엄청난 표를 몰아줬던 지난 총선에서의 민의도 이젠 완전히 급랭하고 있는 형국이다. 오히려 수구 세력인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율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서 우리가 교훈으로 삼아야 될 것이 있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무관심과 싸늘한 시선의 이면에 무엇이 자리잡고 있는지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개인간의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덕목이다. 즉 어떤 개인이나 조직이 타인 또는 다른 조직에 대한 상호 이해보다는 오직 지나친 경쟁심과 공격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말해 개인간이나 조직간에 있어 일종의 정서장애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과 친하거나 또는 인정 받을 수는 없는 일이다. 예수, 부처, 공자와 같은 성현도 당대의 그들에게 적지 않은 반대세력이 있었음을 기억한다면 말이다. 아울러 모든 사람의 생각이 한결같이 일치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리고 어떤 정책적 과제들에 대해서 딱히 같은 생각을 공유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 때 필요한 것이 정서적 감수성을 잃지 않는 일이다. 그리고 부단히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가운데 풀어가야 하는 것이다. 내가 아닌 타인은 결코 적이 아니라 함께 풀어가야 할 상대자이기 때문이다.

깊어가는 가을 문턱에서 그리고 국정감사가 실시되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 모두가 시 한 편 쓰는 심정으로 상호간에 자기고백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가를 위한 최선의 길이 무엇인지를 깊이 성찰하면서 말이다. 

시인 정성태 

2004년 10월 12일

 

정성태 정치칼럼집 "창녀정치 봇짐정치"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