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서민생활 안정이 최우선 개혁/정성태

시와 칼럼 2010. 9. 27.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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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갖고 있는 어떤 사람이 실제 국민의 참된 입장을 헤아리기 위해서는 그 권력과 한 동안 유리되어 있어야 비로소 가난하고 힘 없는 사람이 안고 있는 삶의 질곡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꿰뚫어 보게 되는 측면이 있다. 권력을 쥐고 있는 모든 사람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러나 상당 부분 그런 요소들이 있음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 경제가 매우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다. 특히 서민생활은 이미 파탄 상태에 이르렀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현상은 국민 일반 사이에서 뭔가를 해 보자는 의욕이 도무지 일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주머니가 텅텅 비어 있는 까닭도 있겠지만 더 큰 문제는 심리적으로 매우 위축되어 있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도 서민생활 안정과 시장 활성화에 대한 별다른 묘수를 현재로선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 침체 요인이야 여러 복합적인 면이 함께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역시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정치권의 극심한 정쟁으로 인해 춥고 배고픈 민심만 더욱 흉흉하게 짖찢기고 있는 형국이다.

굵직굵직한 정치 현안들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결되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한 채, 매번 국민 사이의 갈등 양상만 증폭시키고 있으니 가난한 서민의 소비 심리는 더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어떤 정책적 사안의 선후를 정해 이를 하나씩 온전히 풀어가야 하는 데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자신들의 당리당략에만 매몰된 채, 온갖 현란한 말잔치만 남발하고 있으니 정작 문제의 해결점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국론 분열만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자살자 수가 하루에만도 30여명 정도가 된다고 한다. 강남 부자들은 오히려 살판났다는 표정인 데 비해, 서민 대중은 혹독한 가난을 참지 못하고 목숨을 끊고 있는 실정이다. 삶의 질고를 견디다 못해 죽어가는 국민을 방기한 것보다 더 큰 정책적 오류는 없을 것이다. 결국 개혁은 국민이 마음 편하고 평화롭게 잘 살 수 있는 길과 함께 모색되고 창출되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여론이 찢기면 찢길 수록 그리고 가난한 국민이 배고픔과 추위에 내 몰리게 될 수록 우리시대의 개혁은 그만큼 어려운 소명이 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시켜 주고 가난한 백성이 추위와 배고픔으로부터 몸서리치지 않게 하는 것보다 더한 개혁은 없을 것이다. 정치권이 민생을 편안하게 안정시키지 못하고서는 그 어떠한 개혁구호도 결국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영세 자영업자, 비정규직 근로자, 일용직 노동자 여기에 최저임금 수준을 겨우 웃도는 다수의 서민대중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장래에 대한 희망을 전혀 길러내지 못하고 있는 청년실업자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 갈 수록 허리가 휘고 있는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국정과제가 무엇이란 말인가? 이들의 하소연과 원망을 해결하지 못하고서는 그 어떠한 개혁주장도 이젠 설득력을 담보할 수 없게 되었다.

지위고하를 막론한 엄정한 법집행도 필요한 일이겠지만 아울러 국민을 하늘처럼 떠 받들 줄 아는 정치권력의 자세가 오늘 우리가 처한 문제를 풀어 갈 수 있는 가장 큰 급선무라 아니 할 수 없다. 가능한 범주 내에서 국민의 심리적 공황 상태를 극복해 낼 수 있는 현실적 대안과 함께 그런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은 무엇보다도 대통령과 정부 당국에 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시인 정성태 

2004년 9월 30일

 

정성태 정치칼럼집 "창녀정치 봇짐정치"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