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카플의 순수성과 도사린 위험성/정성태

시와 칼럼 2009. 11. 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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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간, 불륜, 치정살인 등 사회적 역기능 다반사 -

 

 

카플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출퇴근길의 교통 혼잡을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취지에서였다. 혼자 운행하는 승용차에 방향이 같은 사람을 태우고 감으로서 대중교통의 번잡함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 비롯됐다.


공중파 방송까지 대대적으로 나서 홍보에 열을 올리고, 관계 부처에서도 장려하는 양상이었으니 급속히 파급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그도 오래가지 않아, 카플 관련 홍보나 장려 현상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카플을 권유하게 된 본래 취지와는 달리, 시간이 흐를수록 자꾸만 사회적 물의를 빚게 되면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타인을 배려하는 순수하고 따뜻한 동기에서 시작된 카플이었지만, 그로인한 결과는 강간사건 또는 불륜에 의한 가정파탄이 끊임없이 양산되었다.


심지어는 치정에 의한 살인사건까지 발생하는 충격적인 상황이 겹쳐지는 등 카플로 인한 순기능보다는 그 역기능이 훨씬 큰 사회적 문제로 작동되는 사태를 맞게 됐다. 이후 카플은 이성을 꼬드기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란 편견까지 생겨나면서 너도 나도 카플을 중단하게 되었다.


요즘도 같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아주 드물게 카플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경우에도 이성간에는 가급적 금기시되는 사안이고, 동성 사이에서만 극히 일부 이용된다고 한다. 그러나 그 또한 퇴근 후의 일정이 서로 달라 한정적인 경우가 허다한 현실이라고 한다.


카플을 하고 않고의 문제는 순전히 직접 당사자들의 몫이다. 그리고 그 결과 또한 본인들이 책임져야 할 문제임에 틀림없다. 미혼 남녀가 카플을 통해 결혼에 이른 경우도 적잖으니 꼭 외눈을 뜨고 볼 일만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애초 부적절한 카플이라면 지나친 친절은 베풀지 않아도 될 일이다.


생각하던데, 인간은 유기적 관계 속에 놓여 있는 존재란 사실이다. 내가 떳떳하다고 해서 꼭 온전할 수만은 없는 것이 그 관계 속에 놓인 인간의 사회성이다. 특별히 이성 사이에서는 사소하게 노출된 위험으로부터도 스스로를 단속하는 자세가 보다 자신을 명예롭게 지켜내는 삶의 지혜가 될 수 있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