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삶과 죽음에 대한 단상/정성태

시와 칼럼 2009. 7. 15.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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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태어났으니 또 한 번은 가야하는 것이 인생길이다. 늘 곁에 머물러 줄 것만 같던 가족과도 때가 이르면 헤어져야 한다. 함께 살던 사람이 느닷없이 중한 질병에 걸리거나 또는 갑작스런 사고로 인해 뜻하지 않은 이별을 겪게 된다.


특별히 젊은 나이에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는 경우에는 그 남은 가족의 슬픔은 세상 어느 슬픔과도 비할 바가 아닐 것이다. 더더욱 젊은 연인 또는 젊은 부부 등과 같이 그 사랑의 하루하루가 짧기만 한 이들에게 닥치는 비극이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임을 미뤄 짐작하게 된다.


교통사고로 숨진 대학생의 화장을 치르고 돌아온 아버지가, 아들의 방에 놓여 있던 상패를 보면서 엉엉 소리 내어 운다. 그런가하면 자궁암으로 투병하다 끝내 사망한 젊은 아내의 장례를 마치고 온 남편이, 싱크대에 놓여 있던 결혼사진을 보면서 펑펑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길 없이 한참을 통곡하며 서 있다.


어디 비단 이뿐이겠는가. 설혹 각양의 사연은 다를지라도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헤어짐은 숨이 끊길 것만 같은 극심한 고통으로 다가서게 된다. 비록 천수를 누린 경우라 할지라도 더 오래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인지상정이다.


일전에 중국 전역은 물론이고, 세계를 울게 만들었던 한 장의 사진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인공호흡기를 하고 있는 엄마의 젖을 영문도 모른 채 물고 있던 어린아이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긴 울림으로 떠오른다. 자신의 생명이 극한 상황에서도 아이에게 젖을 물린 모성애 또한 극적인 아름다움이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사고를 당하거나 또는 병들고 늙어가는 인생길. 그리고 육신은 자연의 품으로 산화되고, 영혼은 신의 심판대 앞에 직면하게 된다. 끝없이 생성하고 또 끝없이 소멸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영원히 함께 하고 싶지만 그러나 결코 그럴 수 없는 것이 또한 삶이다.


생로병사로 이어지는 순환의 질서. 따라서 우리는 이를 언제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주어진 운명 앞에 겸손한 가운데, 새로운 인연을 향해 손을 내어 미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 그것이 스스로를 보다 풍요로운 삶으로 인도하는 지혜로운 길이 되는 까닭이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