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평화개혁의 길/정성태

시와 칼럼 2009. 6. 5.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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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생명의 보고다. 숱한 물길과 물길이 마침내 한데 만나, 서로 얼굴을 맞대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하나로 아우르는 공간이다. 비록 그 시원은 각기 달라도, 바다는 그들 모두를 편견 없이 포용하고 삶의 터를 제공한다. 따라서 같은 바다에 몸을 담고 있는 각양의 다른 인자는 결국 타인이 아닌 형제인 것이다.


우리사회에 몇 개의 바다가 있다. 태평양이 있고 대서양이 있으며 인도양과 홍해 등이 있다. 이들에게는 저마다의 분명한 지류가 있다. 각자의 바다를 이루고 있는 인적 지류가 스스로의 모습을 분명히 지닌 채 엄격히 상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때문에 이들 중에 누가 자신과 뜻을 함께 할 수 있는지, 또는 누가 자신과 뜻을 달리한 채 꽈리를 틀고 있는지 이를 분별하고 헤아릴 줄 아는 안목과 지혜를 지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다는 스스로 파도를 일으킨다. 끊임없이 출렁대는 몸짓으로 인해 자신에게 풍성한 산소를 공급하기 위함이다. 이와 같이 조직의 건강성을 담보하기 위한 부단한 자기검열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런지라 같은 바다를 이루고 있는 인적 구성원 간에도 적당한 긴장은 늘 요구되는 사항이다. 조직이 고루하고 나태해 질 수 있는 위험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스로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이를 통해 자신에게 일체를 의탁하고 살아가는 생명을 풍성하게 하기 위한 적당한 높이의 파도는 늘 필수불가결한 요소라 할 수 있다. 긴장을 통한 적절한 경쟁 없이 조직의 성공을 보장 받기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분명히 기억해야 할 일이 있다. 어느 조직이든 불신의 골이 깊어지게 되면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된다는 점이다. 그러기에 구성원 모두에게 넘지 말아야 할 어떤 선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며 이를 망각하는 우를 범하진 말아야 한다. 스스로를 담금질하기 위한 상호간의 몸짓이 자칫 조직 전체를 와해시키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해서는 결단코 아니 될 일이다. 폭풍이 우리에게 남겨 줄 수 있는 것은 형언키 어려운 시련과 파괴일 뿐이란 사실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


2004년 8월 11일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