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이명박 대통령께 드리는 글

시와 칼럼 2008. 12. 28.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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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국민적 희망의 전령이 될 수 있어야 -


2008년 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다수의 국민이 눈물과 시련의 참담한 고통을 견디며 두렵고 초조한 심정으로 이 살얼음판 같은 강을 건너고 있습니다.


새해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오히려 상반기는 마이너스 성장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빨라야 하반기쯤에나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일부에서는 2010년 하반기쯤에나 회복 기미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특별히 가난한 이들의 사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진 게 없으니 잃을 것도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겠으나, 그러나 가난한 그들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인 생명의 끈마저 차츰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끼니 걱정을 하는 인구가 날로 늘고 있는 있다는 것은, 정부 당국은 물론이거니와 실로 우리 모두에게도 똑 같은 불행임을 자각하게 됩니다. 또한 어느 날 갑자기 정든 직장에서 내몰린 채 거리를 배회하는 실업자가 늘고 있는 현실도 공히 누구에게나 부과된 사회적 책임임을 깊이 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똑 같이 평등한 삶을 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나 인간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누릴 수 있는 방안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이는 종교단체 또는 사회단체의 구호활동도 필요한 일이겠으나 보다 근원적인 것은 우리사회의 제도적 장치를 통해 항구적으로 극복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오히려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지혜로운 선택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북문제도 그렇습니다. 일부 몰지각한 이들은 북한이 쫄딱 망해야만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 것처럼 지극히 왜곡된 정보를 생산하고 또 그러한 악의적 인식을 지속해서 조장합니다. 대단히 반통일적이고 반민족적인 위험한 발상입니다. 북한의 경제적 자립 없이는, 향후 남북한이 통일을 하게 된다 할지라도 극심한 혼란으로 귀결될 것임은 불을 보듯 훤한 이치입니다.


이는 동서독의 통일을 통해서도 극명하게 확인되는 대목입니다. 더더욱 그들이 남북한에 비해 월등한 경제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도 갈등의 골을 안고 있는 실정임을 감안한다면, 하물며 남북한에 있어서야 굳이 말이 필요치 않을 듯싶습니다. 북한 인민이 자본주의에 대한 성숙한 인식과 시장경제 전반에 대한 깊은 체득을 할 수 있도록 인내를 갖고 점진적으로 돕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남북한의 평화공존이란 기본 틀이 깨져서는 아니 될 것이며, 상호협력도 확대되어야 합니다. 남한 내의 기업이 중국이나 베트남 등과 같은 곳으로 나갈 이유가 하등 없습니다. 북한에는 그보다 더 양질의 값싼 노동력이 있으니 말입니다. 개성공단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생산시설이 조성되고 또 활발한 생산이 이뤄져야 합니다. 민간교류도 더욱 활발히 전개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노력을 찾아내야 합니다.


문제는 남북한 양국 정치지도자들의 결단이 요구되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북한 당국에도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특별히 이명박 정부에 있어서는 더욱 획기적이고 전향적인 자세가 요구되는 일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민족문제에 대한 남북한 당사자 사이의 각별한 노력 없이는 강대국의 먹이사슬에 언제까지나 꼭두각시놀이만 하며 끌려 다닐 뿐입니다.


땅이 꺼지는 절망과 그 고통스런 한숨소리가 여기저기서 새어나고 있습니다. 이 난국의 한 복판에 선 채 2008년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정부당국은 국민이 희망을 갖고 다시금 일어서겠다는 의지를 갖출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우선 대통령부터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가시적 행동을 보여줘야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상당한 재산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신의 재산 일부를 구호단체에 내어 놓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인간의 수명이 다했을 때, 그 돈 싸들고 가는 것 절대 아니란 것쯤은 대통령 자신이 더욱 잘 알고 계실 것이라 믿습니다. 더더욱 개신교 장로님이시니, 돈다발 싸들고 구원에 이를 수 없다는 것 또한 익히 알고 계시리라 여깁니다.


부도위기에 처한 제조업 대표들을 찾아 현장 면담도 가져야 합니다. 대기업의 배후 농간에 의해 생계수단인 점포를 잃게 될 위기에 처한 서울 지하상가 상인들의 절박한 심정도 헤아려봐야 합니다. 실직 당한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에도 구체적으로 귀 기울여야 합니다. 끼니를 굶고 있는 이들의 삶의 현장 또한 직접 둘러봐야 합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부처 또는 청와대 내에서 올라오는 면피용 수치 보고서는 무시해도 좋을 일입니다. 주기적으로 어려운 현장의 목소리를 대통령이 직접 나서 경청하고 이를 국정에 활발히 반영하는 자세가 적극 요구된다 하겠습니다. 폭풍이 닥치기 전의 고요를 두고, 이를 누구도 평화라 부르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입니다. 자칫 언제 어떤 폭풍이 전국을 강타할지, 지금은 그야말로 폭풍전야만 같습니다.


미국발 경제위기로 인한 이 난국을, 우리 힘만으로 해결하는 데는 극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쯤은 국민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시련에 처한 국민이 용기를 잃지 않고 부단히 뭔가를 하려는 분위기 조성을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앞장서서 이끌어 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글을 마칩니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