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위기다, 그러나 안이한 자세는 죄악이다/정성태

시와 칼럼 2008. 12. 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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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을 맞고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너나 할 것 없이 마음이 편치 않은 가운데 처해 있다.


미국 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시발로 세계 경제가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더더욱 부동산에 묶인 자금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어서 그 심각성은 더하고 있다.


가만 뒤돌아보면 그간 우리가 해도 해도 너무 했다는 생각이 든다. 너도 나도 뛰어들어 부동산 투기에 물불 가리지 않았으니 말이다. 심지어는 스스로의 영혼마저 파는 듯 했으니 누구를 탓할 일이 아니다. 자신의 부를 더 많이 축적하기 위해 결과적으로 가난한 사람을 착취하는 일에 골몰했으니, 따지고 보면 이 모두가 우리 자신이 초래한 업보인 셈이다.


지난 IMF 극복 이후 순채권국 지위 반열에 올랐던 우리나라가 불과 8년여 만에 다시 순채무국이란 수모를 안게 되었다. 이와 함께 단기성 유동 외채 상환액이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와 거의 비슷한 수준에서 도래하고 있다.


이 춥고 시린 어둠의 터널을 어찌 뚫고 가야 하는지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 은행의 외국 자본도 속속 빠져 나가고 있다. 외환보유고가 위태로운 상태에서는 정부 개입도 한계에 부딪히고 또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다고 우량 공기업을 헐값에 매각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우리 모두가 주변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찾아야겠다. 가급적 해외여행도 자제할 일이며, 차제에 소비성 호화수입품 구매도 없애야겠다. 또한 대중교통 이용과 더불어 전기 수도 등 우리 주변에서 절약할 수 있는 일부터 내가 먼저 서두를 일이다.


“나 한 사람쯤은 괜찮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각 개인이 합심하여 뜻을 모을 때 국가적으로는 엄청난 수입 대체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된다. 다소 불편하겠지만 그러나 이 난국을 뚫고 새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그 사소한 어려움을 감수할 마음의 자세를 갖춰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당국이 먼저 솔선해야 한다. 관용건물의 난방온도 낮추기, 관용차량 사용억제, 차량 10부제 등을 비롯하여 관료들의 관광성 해외여행도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과 정성을 통해 국민의 위기극복에 대한 이해와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민관 모두가 달러 유출이 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철저한 자세로 절약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지금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어렵다. 정부도 어렵고, 기업도 어렵고, 개인도 어렵다. 그러나 또 우리는 할 수 있다. 이 작은 나라가 주변 강국의 숱한 침탈에도 불구하고 꼿꼿이 단일민족의 대오를 이루며 이만큼 성장했다. 지난 IMF도 극복해 냈다. 그 끈기와 불굴의 의지 그리고 빛나는 지혜와 뜨거운 조국애로 이 난국을 충분히 극복하리라 믿는다. 부디 용기를 갖고 모두 힘을 낼 일이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