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이명박 정권이 우선 깨우쳐야 할 진실/정성태

시와 칼럼 2008. 8. 31.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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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스킨십 정치로 분주하다. 지난 16일엔 한승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관들과 북악산 등반을 하는가 하면 29일엔 부처 국장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했다. 주말인 30일엔 대통령실장을 포함한 청와대 수석비서관 전원 그리고 부처 차관급 공직자 등 60여 명과 함께 청계천 광장 산책로를 걸으며 담소를 나눈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취임 6개월이 된 지금,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고작 10%대를 위태롭게 맴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시점에서 뭔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시도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 청와대 설명에서도 나타나듯 “국정을 함께 이끌고 나갈 고위 공직자들과 새 출발을 다짐하자는 취지”라고 밝히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이런저런 이유로 뭐가 안됐다고 더 이상 변명할 상황이 아니다"라는 지적과 함께 "지금처럼 어려운 때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출 것"을 피력하며 “차관들은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이고 또 관료로서 많은 경험을 쌓아온 만큼 스스로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주문했다고 한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뭔가 위기 인식을 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극도의 사회적 갈등은 실로 두려운 상태에 처해 있는 것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에 경제위기설을 비롯해 국민의 정치 불신도 날로 깊어가는 국면이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과 청와대가 나서 뭔가 국면 전환을 꽤하겠다는 점에서는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이러한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 터져 나왔다. 바로 청와대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의 입에서 나온 말로 “이명박 정부와 참여정부 6개월을 비교하면 나름대로 선방했다”는 식으로 스스로를 긍정하고 나선 점이다. 작금의 국민 일반이 겪고 있는 경제상황을 고려한다면, 과연 국정기획수석비서관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발언인지 귀가 의심스런 대목이다.


물론 지난 노무현 정권 5년은 돌아보기조차 짜증나고 비루한 시절이었다. 계층 간의 소득 격차 및 실업률이 통계 이래 최악이었으며, 여기에 허구한 날 입으로는 서민대중을 들먹였지만, 실제 내용에 있어서는 바로 그들에 의해 수도권 아파트값이 무려 3배가량 올랐으니 그 기만성이야 천하가 다 알고도 남음이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생각해 볼 일이다. 설혹 박 수석의 말이 자신감 회복을 주문하는 선의에 기인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렇다면 이명박 정권에서 더욱 악화되고 있는 상하위 간의 소득격차, 여기에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한 서민의 체감 생활상은 날로 추락하고 있다. 야당의 거센 비판은 물론이고, 다수 국민의 따가운 눈총도 당연시 읽힐 수밖에 없게 된다.


이뿐 아니다. 사실은 더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제왕적 국정운영 방식이 그것이다. 지난 광우병 관련 미국산 수입쇠고기반대 촛불집회에서 보여주었던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 부처의 안이한 현실 인식은 물론이고, 여기에 시위 참가자들에 대한 무차별적 탄압은 민심을 돌아서게 만든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들 시위 참가자들은 대체로 10대 청소년, 어린애를 유모차에 태운 주부, 넥타이 부대 등과 같은 비교적 정치 무관심층이었다. 그런데도 이들이 연일 마다않고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음을 감안한다면, 광우병 우려가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국민의 불안 심리가 가히 충격적이고 공포스런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일본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건으로 월령 한계선을 20개월 이하로 정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광우병 예찰 프로그램의 최대 약점인 소 연령추적시스템 미비를 들어, 비록 20개월 이하짜리라도 지육의 생리적 성숙도에 따라 연령 확인이 가능한 소에 대해서만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


아울러 더욱 결정적인 요인이 작동하고 있다. 자신과 가족의 건강 뿐 아니라 생명까지도 잃을 수 있다는 강한 심리적 거부감이다. 미국, 영국 등지에서 속속 광우병 소가 생겨나는가 하면, 실제 인간 광우병까지 발병해서 꾸준히 사망에 이르고 있는 현실을 목도함으로써 광우병 문제가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니라는 자각에서다.


사정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보다는 공권력을 통한 강압적인 일방통행을 선택하고 말았다. 이로 인해 정치적 리더십은 더욱 설자리를 잃게 되고, 더 이상 대통령과 정부의 정책추진에 대해서도 국민적 신뢰를 획득할 수 없는 지경까지 초래하고 말았다. 그만큼 국정 수행에 있어서의 동력도 상실하고 만 셈이다.


성숙한 권력의 기본 조건은, 정부와 국민의 소통에 있다는 점을 우선되는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이를 통해 사회 통합은 물론이고 국정 안정도 이끌어 낼 수 있게 된다. 이를 토대로 할 때 안정적 경제 성장도 가능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대통령 스스로가 존경 받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국태민안과 부국강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