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사면 복권장 수령 통지서를 받아 들고서/정성태

시와 칼럼 2008. 8. 22.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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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귀가해서 문을 열려는 순간, 작은 메모지 같은 것이 눈에 띄었다. 무심코 무슨 메모지가 붙어 있는지 살폈는데, 우체부 아저씨가 등기 우편물 도착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발신자를 확인해보니 서울북부지방검찰청으로 되어 있다. 특별히 잘못된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에서 우편물이 발송되어 온지라 내심 불쾌한 생각부터 앞선다.


밤 12시 가까운 시각이어서 우편물을 수령하러 우체국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더욱이 검찰에서 날라 온 우편물인 탓에 서두를 이유도 별반 없었다. 그럼에도 궁금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던가 보다. 다음 날, 담당 우체부 아저씨에게 전화를 했더니 오후 2시쯤에 도착할 것 같다고 한다.


약속 시간에서 다소 빠르게 도착한 우체부 아저씨가 이름을 부른다. 관련 우편물을 받아서 뜯어보니, 뜻 밖에도 “사면 복권장 수령 통지서”란 제목이었다. 내용은 이번 8월 15일에 시행된 특별사면 복권 대상자이니 신분증과 도장을 지참해서 서울북부지방검찰청 수사과 공안팀으로 출석하여 사면 복권장을 수령하라고 적혀 있었다.


만감이 교차했다. 자신을 대통령으로 당선시켜 준 정당을 온갖 악랄하고 치졸한 방법을 동원해 둘로 쪼개 놓는가 하면, 그 지지자들 간에도 쉽게 씻기지 않을 상처를 쌓게 만들었다. 노무현 권력에 무릎 꿇은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개혁의 전도사가 되는가 하면, 자신의 정치적 도리를 지킨 사람은 그 순간 구태 정치인이란 오명을 뒤집어써야만 했다.


더욱 분노할 일은 기실 따로 있다. 지난 노무현 정권에서, 소위 개혁이란 미명 아래 빚어진 대국민 기만성, 입으로는 허구한 날 서민을 팔았지만 정작 실천에 있어서는 오히려 서민의 눈물을 유린하고 또 혹독한 고통 속으로 몰아넣던 파렴치성이다. 개혁과 서민의 이름을 팔아 오히려 개혁 세력과 서민 대중을 능멸하던 그 가눌 수 없던 참담함을 생각하면 지금도 치가 떨린다.


그러한 부당함과 부도덕함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사람에 대해 소위 고무줄 법으로 통하는 선거법 위반이라는 재갈을 물려 구속시킨 노무현 정권임을 상기한다면, 과연 그들이 민주주의를 입에 물 자격이 있는 것인지 의아스럽기만 했다. 인간의 도리로서는 차마 할 수 없는 언행이 백주 대낮에 아무런 양심의 거리낌 없이 버젓이 자행되었으니 말이다.


이제 와서 사면 복권이 된다한들 무슨 실익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특별히 공직선거에 나갈 여력이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또한 그럴만한 상황도 아니다. 더더욱 무슨 정치적 이해관계에 놓여 있는 입장도 아니다. 또한 집행유예 기간도 이미 끝난지라 무엇이 딱히 달라질 일도 없다. 그럼에도 뭔가 홀가분하고 또 기분 좋은 것만은 숨길 수 없다.


바라기는 이명박 정권 역시, 국민 일반이 처한 지난하고 고통스런 삶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한다. 서민의 삶을 안정시키고 아울러 중산층을 두텁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지 이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고 또 필요한 정책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적극 적용해야 한다. 권력은 짧지만, 국리민복은 항구적이어야 하는 까닭이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