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살인 혹은 자살을 강제하는 시대/정성태

시와 칼럼 2008. 5. 6.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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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만남의 연속이다. 개인 또는 조직 간의 문제를 막론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을 통해 개개인에게 놓인 인생의 향배가 달라지게 된다. 그게 비록 크던 작던 간에 어떤 형태로든 상호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 사실이다.


부모, 친구, 스승, 부부, 책, 취미 등과 같은 개인적 만남을 비롯하여 더 크게는 조국과의 만남 혹은 국가 최고통치자와의 만남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그렇듯 인생은 너와 나(조직)와의 끝없는 만남을 통해 운명되어진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물론 그러한 숱한 만남의 문제가 어떤 개인 간의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라면 그 만남을 피하면 그만인 일이다. 그러나 그 만남의 관계가 국정최고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과 연계된 것이라면 이는 그 정한 기한 동안은 피할 수 없는 만남의 관계가 지속되게 된다.


이명박 정권 들어서기 무섭게 초대형 국가적 난제들이 연일 국민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다. 노무현 정권이 끝나면 그래도 다소 좋아지려던 국민적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 논란,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문제, 민영의료보험 추진이 대표적인 사안이다.


이들 문제에 대해 국익이라는 담론은 차치하고라도, 사람 목숨의 근간이 되는 생명권과 조직의 건강성을 담보하는 사회안전망 확충이라는 점에서 볼 때 어느 것 하나고 간에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에는 턱없이 역부족이다. 오히려 심각한 공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할 따름이다.


그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이 미국산 미친 소를 매개로 하는 인간광우병이다. 수 백도의 고온에서 장시간 끓여도 없어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치료제도 전무한 상태여서 그야말로 자칫 대량 인간 학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경악할만한 공포다.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있다. 바로 미국 FDA가 광우병(BSE) 확산 위험을 고려해 자국의 모든 동물 사료에 생후 30개월 이상인 소의 뇌와 척추 사용을 금하는 동물사료조치 시행을 공포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심각한 혼란이 발생하게 된다. 자국의 동물들에게도 먹일 수 없도록 법제화하고 있는 미국이, 남의 나라 사람들에 대해서는 이를 먹을 것을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뒤집어 말하자면, 미국의 동물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있는 한국인이란 뜻과도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명박 정권이 이를 덥석 물어 들고선 연일 여론 호도하기에 바쁜 모습이다. 여기에 조선, 동아, 중앙일보와 같은 거대 언론들 역시 좌파와 반미주의자들에 의한 악의적 획책이라는 식의 예의 색깔론을 들먹이며 광우병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는데 광분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런 그들에게 묻고 싶다. 30개월 이상 자란 미국산 쇠고기 머리뼈로 푹 우려낸 국밥을 이명박 대통령을 위시한 청와대 그리고 관계 당국자들이 매일 섭취할 용의가 있느냐는 것이다. 아울러 관련 기사를 아무런 양심의 거리낌도 없이 함부로 써댄 조중동 기자들 또한 예외 없이 말이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