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盧 대통령에 대한 증오심이 부른 48.7대 26.1

시와 칼럼 2007. 12. 2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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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반에 근접한 수치를 보이며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제 17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에 반해 집권당 정동영 후보는 고작 1/4을 조금 웃도는 득표율에 그치고 말았다. 48.7%대 26.1%란 충격적인 격차를 보이며 집권당의 처참한 패배로 막을 내렸다.

 

정동영 후보의 참패는 이미 예고된 바나 다름없었다. 입으로는 허구한 날 서민대중을 팔면서도 정작 실천에 있어서는 오히려 서민 등골 뽑아 먹기에 여념이 없었다. 참여정부를 표방하였건만 그러나 자신들과 조금이라도 다른 세력에 대해서는 별의별 부당한 잣대를 들이대며 없는 죄까지 뒤집어씌우는 사악한 짓을 마다하지 않았다. 심지어 입바른 소리하는 일반 네티즌에 대해서까지 줄줄이 오랏줄로 묶었으니 이미 볼 일 다 본 상태였다. 그뿐 아니다. 구호처럼 울리는 개혁타령에 귀가 따가울 정도였지만 어찌된 것이 구태정치는 한 치도 개선되지 않았으며 깨끗한 정치 역시 여전히 멀게만 느껴진다.

 

노무현 정권 5년여 동안 3배 이상 오른 수도권 아파트값은 가히 충격적인 기록이다. 또한 날로 늘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비롯해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각종 세금부담의 증가는 그대로 경제적 약자의 생활상을 무겁게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심각한 규모의 청년실업은 사회불안의 또 다른 축으로 작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온갖 사이비 개혁놀이에 그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친 다수 국민은 끝 모를 절망에 깊게 병들어 갔다. 그리고 마침내 그 절망의 곳간 여기저기에 폭발일로의 증오심 또한 차곡차곡 쌓아갔던 것이다. 물론 부동산 부자에게는 한없는 불로소득을 안겨 준지라 표정관리하기에 꽤나 신경 쓰였겠지만 말이다.

 

문제는 또 있다. 노무현 정권의 국정난맥과 서민생활 파탄에 대해 대통령과 함께 무한 연대책임을 져야 할 그 직접 당사자가 바로 정동영 후보다. 집권당 의장을 비롯하여 장관까지 지냈으며 당내 지분 또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까닭이다. 그런 그가 진정어린 반성은 전무한 채 또 뭘 하겠다며 뻔뻔하게 나서서 표를 구걸하니 그게 통할 리 만무했던 것이다. TV를 보는 유권자의 울화통만 치밀어 오르게 하고 말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집권당 후보의 입에서 나오는 그 무슨 소리도 모두가 공허하게만 들릴 뿐이었다. 선거 전략 또한 민주와 반민주 식의 닳고 낡아빠진 구도로 몰고 갔으니 양식 있는 유권자라면 그저 코웃음만 나오는 상황이었다. 도대체 그들과 저들이 어떻게 구별되며 또 무엇이 다른지 도통 구분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오로지 권력다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비춰졌던 것이다.

 

여기에 선거 의제 설정에 있어서도 완전히 실패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측에선 작금의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한 국민 정서를 충분히 읽고 잘 대처했다. 이를테면 경제회생을 비롯한 실업해소 그리고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의 전령으로 각인되는 데 반해 정동영 후보의 경우에는 지난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 때와 유사한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국민적 식상함만 가중시켰다.

 

그런지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크고 작은 도덕적 하자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에서 그가 압승을 거둔 것은 어쩌면 당연시 읽히는 대목이다. 막판 터진 이명박 후보의 BBK 관련 광운대 특강 동영상 탓에 그나마 애초 예상 득표율에 비해 4% 안팎 가량 낮게 나온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동영 두 정치인에 대한 대체적 민의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어차피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식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뭔가 능력 있게 보이고 또 서민대중을 기만한 세력에 대한 냉혹한 심판을 가하는 쪽으로 표를 던졌다고 보는 게 보다 정확한 민심의 향배일 것이다.

 

하기야 오죽했으면 어느 외신에선 개를 빗대어 집권 여당의 무능을 꼬집었겠는가. 부끄럽고 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다시 말해 이명박 당선자 또한 대통령 자리를 그저 주웠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래저래 씁쓰레한 대선 결과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