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친일 역적이 되레 큰소리치는 해괴한 정치판/정성태

시와 칼럼 2007. 6. 7.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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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을 하잔다. 통합을 해야만 수구 세력인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고 또 모두가 살 수 있는 길이란다. 불과 엊그제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을 향해 서로 정체성이 엇비슷하니 대연정하자고 구걸하던 자들의 입에서 나오는 볼멘소리다. 이제 송장이 다되긴 된 모양이다.

생각해 볼 일이다. 어떤 마음씨 착한 여인이 별반 없는 놈을 서방으로 맞이해서 온갖 헌신을 마다하며 뒷바라지해서 출세시켰다. 그랬더니 어느 날 그 서방이란 놈이 집문서와 땅문서는 물론이고, 온갖 패물과 현금까지 한꺼번에 들고 다른 여자와 딴 살림을 차렸다.

그도 모자라 멀쩡한 아내를 향해선 별의별 악다구니를 퍼부으며 핍박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빚까지 떠안겨 놓았다. 그리고 남은 처자식들을 향해선 걸핏하면 누명을 씌워 옥살이를 시키거나 또는 그런 억울함을 견디다 못해 자살케 만들었다.

그로부터 이제 몇 년의 세월이 흘렀다. 피눈물 나는 인고의 날을 딛고 아내는 다소 안정을 되찾았다. 이에 반해 서방이란 작자는 첩에게 몸도 돈도 다 빼앗긴 채 알거지가 되었다. 더 가관인 것은 그의 이웃들로부터 절대불신이란 회생불능의 병까지 얻게 된 처지로 전락했다.

더 생각해 볼 일이다. 친일파들이 침략자 일본의 총칼을 등에 업고 같은 동족을 무지막지하게 때려잡은 사실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익히 알고 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기희생을 마다하지 않던 독립 운동가들을 향해 모진 고문과 살육행위를 일삼았음을 말이다.

그런데 해방이 되자 이번엔 서로 뭉쳐야만 일본을 이길 수 있다며 추악하기 짝이 없는 입놀림을 해댄다. 그리고는 또 다시 독립 운동가들을 향해 빨갱이란 색깔을 덧씌워 악랄하게 유린한다. 오직 힘이 되는 쪽으로만 붙어서 온갖 추악한 짓을 서슴없이 자행한 버러지들이다.

그리고 그 대가로 친일파들은 해방 정국에서 떵떵거리며 대대손손 부와 권력을 독점하게 된다. 오히려 독립 운동가들만 가난과 헐벗음은 물론이요, 자손들마저 사회적 약자로 내몰리는 수난을 겪게 된다. 참으로 있을 수 없는 해괴한 일이 한국의 근현대사에 얼룩져 물든다.

정치권에서 통합 논의가 한창이다. 이 와중에서 어떤 이들은 말한다. 지난 97년 대선에서 DJP 연합을 통해 정권을 창출한 것과 같이, 이번에도 그렇게 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즉 노무현을 비롯한 제 세력을 포함해 민주당이 함께 가야만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런 기대가 옳은 것일까? 그리고 또 실현 가능한 일일까? 혹여 그렇게 믿는다면 착각도 그런 큰 착각은 없을 것이다. 이는 군부 종식 15년이 되는 오늘날에도 민주-반민주로만 정치구도를 규정하면 그게 국민들 사이에서 통할 것이라는 오산에서 연유한다.

물론 97년 당시에는 DJP 연합이 적절한 상황 판단이었다. 그 전에 대통령을 역임한 김영삼은 군부 독재에 투항한 사람으로 각인되었다. 여기에 DJ 대통령 만들기에 한을 품고 있던 호남대중의 적극적 지지와 그리고 수도권을 비롯한 진보적 유권자들의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

즉 김종필을 통한 충청표를 얻지 못하고서는 한나라당에게 연이어 정권이 넘어 갈 수밖에 없다는 이른바 반한나라당 성향의 현실 인식이 DJP 연합을 추인해 줌으로써 얻을 수 있었던 결과다. 그리고 그로 인해 수평적 정권 교체라는 쾌거를 이룬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 지형은 사뭇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DJ와 노무현을 연거푸 당선시킴으로서 민주-반민주라는 정치구도가 상당 부분 희석된 상태다. 여기에 노무현과 그 아류들의 온갖 사이비 개혁놀이에 의한 국민적 식상함과 그 분노는 가히 폭발 일보직전이다.

따라서 통합이 된다한들 호남에서야 울며 겨자 먹기로 동의해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러나 수도권을 비롯한 기타 지역에서는
이에 대해 매우 조소 섞인 반응이다. 그리고 호남 역시 이러한 구역질나는 정치판에 대고 예전과 같은 몰표를 결코 몰아주지 않으리란 점이다.

결국 작금의 이 총체적 난국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만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그들을 확실히 밟고 서야만 싸늘히 돌아선 부동층이 관심을 갖고 지지를 보낼 수 있게 된다. 이것이 현재 나타나고 있는 숨길 수 없는 대체적 국민 정서다.

이렇듯 너무나 단순한 셈법을 모르쇠한 채, 오직 몇몇 정치 장사치들의 명줄 연장을 위해 대통합이니 뭐니 하며 훤히 속보이는 꼼수를 부린다면 모두가 공멸할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이러한 작태로 어찌 다음 선거에서 국민을 향해 표를 호소할 수 있겠는가.

어떤 원칙도 없고, 정의로움도 없고, 그저 가당치도 않은 정치권력만 탐해선 아니 될 말이다. 이는 선거 전략에 있어서도 하수 가운데 최하수일 뿐이다. 노무현과 열린당 색채가 강한 자들은 그저 조용히 죽어 지내면 족할 일이다. 그나마 서로를 위해 유익한 일이 되겠다.

그런데도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반성은 전무한 채, 그저 또 다시 무임승차하겠다는 야바위 행각을 일삼는다면 추악한 짓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젖비린내 나는 정치판에 더는 장미꽃을 갖다 바칠 정도로 우리 국민이 어리석지 않다는 점을 명심할 일이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