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조건과 덕목/정성태

시와 칼럼 2007. 5. 5.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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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곧 자신의 얼굴과 같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의 창구이며 문서 없는 약속이 되기도 한다. 말을 통해서 사람 사이의 복잡하고 허다한 일이 일차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런지라 피를 나눈 가족 구성원 간에도 말이 지켜지지 않으면 상호 불신이 쌓이게 된다.

특히 가장의 말이 어떤 원칙이나 명분 없이 제멋대로 시시각각 변한다거나 또는 몰상식하고 천박하게 비춰진다면 이는 가장으로서의 통제력이나 권위를 잃게 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한 마디로 콩가루 집안이 될 소지가 다분한 것이다.

국가 경영도 결코 다르지 않다. 아니 오히려 더한 측면이 강하다. 국정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의 말은, 곧 국정운영 전반과 정책현안에 대해 최종 결론을 갖는 성격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자신의 정치적 이상과 함께 여론의 추이 등을 신중히 고려해 최종 발언되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간 노무현 대통령이 행한 말은 전혀 그렇지 못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지극히 감정적인 것은 물론이고 또 비아냥거리기로 일관했음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는 국민에게는 모멸감을 안겨 주었으며 또 국가적으로는 재앙으로 귀결되고 있다.

대통령의 말이 조석으로 변하고, 어떤 정책에 있어서도 극과 극을 오가며 널뛰기 한다. 툭하면 대통령 못해 먹겠다며 국민을 협박한다. 자신과 입장이 다른 정치인에 대해서는 곧장 나쁜 사람으로 몰아세운다. 때로는 국가의 존망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는 말이 불쑥 불쑥 튀어 나온다.

무릇 대통령의 말이란 국민의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고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마지막 단계여야 한다. 계층과 세대 간에 놓인 갈등을 조정하고 아울러 정치 제반의 혼선에 대한 최후의 보루로써 그 진술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각기 다른 이해 당사자 사이는 물론이고 또한 국정운영에 있어서도 대통령으로서의 말발이 서게 되는 것이다.

이는 일개 범부에게도 요구되는 덕목일 수 있겠으나, 그 맡은 바 책무가 크면 클수록 더더욱 엄격한 자세가 요구된다. 하물며 국정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의 말이 제멋대로 설왕설래한다면 그 파장과 골은 예측키 어렵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사회 정치적 혼란과 국정혼선 더 나아가 정부정책의 불신으로 이어지게 됨은 자명하다.

올 12월이면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게 된다. 불과 반 년 가량을 남겨 놓고 있는 시점이다. 민족의 평화, 국가적 선진, 사회적 나눔의 정치를 펼쳐나갈 수 있는 가장 적임자가 누구인지를 정확히 헤아려 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약속에 대해 제대로 이행해 나갈 수 있는 정치인이 누구인지를 파악할 수 있는 혜안 또한 필요하다.

이에 덧붙여 자신의 정치적 잇속만을 쫒아 그저 아무렇지도 않게 이리저리 정당을 옮겨 다닌 전력이 있다거나, 또는 겉과 속이 판이하게 달라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일삼았다거나, 아울러 권력의 단물이 떨어지기 무섭게 배신의 칼날을 들이댄 이를 변별해내는 일 또한 다른 것 못지않게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함은 유권자로서 갖는 자존의 문제라 하겠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