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양대 부동산 조폭집단의 역겨운 말장난/정성태

시와 칼럼 2006. 12. 2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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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수도권 아파트 값을 잡겠다며 요란법석을 떨고 있다. 정부 여당에선 환매조건부 분양과, 제 1 야당인 한나라당은 토지임대부 분양을 통해 기존의 반값에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며 호언하고 있다.

얼핏 들으면 집 없는 서민이 곧장 아파트를 한 채씩 장만할 수 있을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들 양대 부동산 조폭집단이 무슨 선심 경쟁이라도 하는 듯 내 놓고 있는 입법안을 조금만 유심히 뜯어볼라치면, 그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대국민 기만극이란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이미 수도권 아파트 값은 부풀려질 대로 부풀려진 상태에 놓여 있다. 노무현 정권 4년여 동안, 서울 아파트 값은 지역에 따라 거반 세 배 가량 상승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현재 아파트 거래 시세의 절반 정도 선에서 신규 분양 물량이 공급되어져도 하등 이상한 얘기가 될 수 없다.

그런데도 정부 여당이 들고 나온 환매조건부 분양이란 것이, 현재의 아파트 값에서 고작 2~30% 정도 낮은 가격대로 분양하겠다는 것이다. 이 또한 되팔 때는 물가상승률과 주택의 감가삼각을 적용해 팔아야 한다니, 이는 반값 아파트는 고사하고 한낱 빛깔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해당 아파트 입주자가 향후 자신이 살던 아파트를 팔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경우 그간의 물가상승분을 포함, 여기에 건물의 감가삼각을 적용함으로서 그에 비례해 아파트를 처음 구입할 때보다 하락한 가격을 받고 되팔게 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보다는 오히려 저렴한 비용의 임대아파트가 더 실효성이 크다 하겠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의 토지임대부 분양 역시, 정부 여당 안과 도토리 키 재기 식이기는 매양 다르지 않다. 토지 소유권이 전혀 없다는 문제와 함께 여기에 수십 년 후에는 아파트를 철거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하게 되는데, 그때가 되면 재산 가치가 완전히 사라지고 마는 셈이다. 이 또한 저렴한 비용의 임대아파트 공급보다 훨씬 못한 수단으로서 자칫하다간 가난한 서민들 목돈 빼내서 건설사만 배 불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이들 두 부동산 조폭집단의 기만극은 그야말로 국민의 철퇴를 맞고 퇴장되어야 할 사악한 입안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부동산 큰 손들은 꾸준히 주택을 통해 부도나지 않을 고수익 재테크를 실현하는 데 반해, 일반 서민은 그가 지닌 재산 가치가 끊임없이 하락하는 운명에 처해지고 마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딱 정해져 있다. 주택소유상한제를 통해 투기꾼 손으로 유입되는 잉여물량을 차단하는 것이다. 아울러 현재와 같이 거반 토공이 강제로 매입하다시피 한 땅에다 주공이 건물 올려서, 무주택 서민에게 일정 사업비를 더해 공급하면 자연스레 반값 아파트 만들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주택 물량이 부족한 지역에 꾸준히 공급하게 되면 수도권 아파트 값은 절로 안정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토대가 마련된 후라면, 작금 정부 당국을 비롯해 여야가 내 놓고 있는 입법안이 현실 가능한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는 주택을 투기의 수단이 아닌, 인간이 마땅히 갖춰야 할 주거 수단으로의 대변혁이 전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집값 안정은 커녕 오히려 서민 등꼴만 빼 먹게 되는 정치권의 역겨운 말장난에 불과할 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토공이 앞장 서 땅장사하고, 주공 역시 뒤질세라 집장사를 하고 있는 판국에서, 무에 그리 잘났다고 정부 당국과 여야 가릴 것 없이 헛된 구호만 연신 남발하고 있는 것인지 그 꿍꿍이속이 자못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건설사의 엄청난 폭리 뒤에 숨겨진 그 흑막이 없다고 누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는가. 그저 씁쓸한 마음 가눌 길이 없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