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정치권이 개새끼 취급 받지 않기 위해선/정성태

시와 칼럼 2006. 11. 25.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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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자부 자료에 따르면 주택을 3채 이상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120여만 명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중에는 10채 이상, 심지어는 20채 이상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도 포함되어 있으니, 그 잉여 물량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고도 남을 지경이다.

즉, 이들이 투기를 목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주택 물량만 실수요자에게 공급된다고 해도, 작금의 민란 지경으로까지 내몰리고 있는 주택문제는 완전히 해결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극히 일부를 제외한 정치권 전반에 무슨 말 못할 사정이 그리 깊은 것인지, 걸핏하면 공급 지상주의에 용적률 타령이나 외쳐대며 자꾸만 본질을 호도하려드는지 심각한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나마 서울 근교에 더러 남아 있는 자연녹지마저 여기저기 난개발로 파헤쳐서 신도시를 만든다한들, 여기에 서울 도심 곳곳에 용적률 높은 아파트 숲을 수없이 짓는다한들, 토지는 제한적이고 그 물량 또한 한계점을 안게 되는 것이다. 더더욱 교통문제를 비롯한 생활환경은 자칫 도심의 슬럼화를 초래할 개연성이 다분한 까닭에, 용적률에 있어서도 분명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수도권 거주민에게 필요한 주택 물량을 강원도나 충청도에 지을 수도 없는 일이다. 상대적으로 더 먼 거리에 있는 호남 및 영남 지방은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결국 주택을 이용할 수 있는 수도권 실수요자에게 적기에 공급되어져야 하는데, 이 역시 물량이 제한적으로 공급될 수밖에 없다는 약점에 힘입어 돈 있는 사람이 마구잡이로 사들인다면 결국 깨진 항아리에 물붓기가 되고 마는 격이다.

따라서 우리의 좁은 국토 여건을 감안하고, 또 무엇보다 수도권이 처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 ‘주택소유상한제‘를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특별히 수도권 주택소유에 있어서만큼은 그 어떠한 경우에도 1가구 1주택을 강제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 그리고 이는 전국에 거쳐서도 1가구 2주택까지만 허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토록 하는 것이 이리저리 날뛰고 있는 주택문제 안정을 위한 유일한 해결책이라 하겠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개헌을 해서라도 국민 일반이 겪고 있는 극도의 주거불안을 해소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예측 가능한 주택구입 시기를 가늠하고 그에 맞게 계획적이고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것이 정치권력이 마땅히 해야 할 책무인 것이다. 이는 경기 선순환을 위해서도 매우 유익한 일이 될 수 있다. 주택시장으로 내몰린 거대 자금이 자연스레 시장 흐름으로 편입될 수 있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오해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몇 가지 첨언하자면, 수도권에 대한 물량 공급이 꾸준히 이뤄져야 함에는 크게 이의를 제기할 생각이 없다. 수도권 주택보급률이 아직 70%선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신도시라는 이름을 내걸어 마구잡이로 난개발 할 것이 아니라, 기존의 강북권에 대한 재개발을 통해 강남권과의 격차도 차츰 완화해 나가자는 것이다.

물론 주택소유상한제가 시행되게 되면, 현재의 주택가격에 대한 거품이 일시에 빠지는 부작용도 초래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주택시장이 충격에 반응하고 또 준비할 수 있는 일정한 조정기간을 두어서 점진적으로 가격 안정을 유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때 양도세는 대폭 인하하되, 수도권에 2채 이상 또는 전국에 3채 이상 소유자에 대한 보유세는 더욱 차등 인상하는 것도 정책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 하겠다.

그리고 이러한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 순수한 목적의 내 집 마련 차원에서 금융권 대출을 통해 생애 첫 주택구입을 한 경우에는 저리로 장기분할상환 등과 같은 방법을 통해 구제할 수 있는 방안도 추진할 필요가 있겠다. 그야말로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상투를 틀어쥔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다가구 소유자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무주택자를 등쳐먹은 대가로 부를 축적한 경우이니, 그리고 어찌 보면 정부 당국의 비호 하에 그동안 엄청난 불로소득을 누렸으니, 그에 따른 손해쯤은 당연히 감수함이 마땅한 일이라 하겠다. 주택가격의 거품이 빠진다하여, 부자가 가난뱅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당부하자면, 이는 여야를 떠나 자칫 국난으로 치달을 수 있는 작금의 주택문제를 해결한다는 거국적 차원에서 정치권의 제 세력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숙고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 크다. 적어도 정치판이 개새끼 취급을 받지 않을 생각이라면 말이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