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김홍업 파동과 무너지는 김대중 신화/정성태

시와 칼럼 2007. 3. 26.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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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개석이 중국 본토에서 쫓겨 와 대만 정부를 이끌게 되면서, 나라 안에 만연된 부패를 청산하고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 내치를 강화하게 된다. 그와 함께 가족들에게도 절대로 부정에 연루되지 말고 깨끗한 생활에 힘쓸 것을 주문한다.

그런데 어느 날, 그의 며느리가 온당치 못한 방법으로 재산을 축적한다는 말을 듣게 된다. 이에 분노한 장개석은 며느리를 불러 보석 상자 하나를 건네준다. 가슴이 뜨끔해진 며느리가 집에 돌아가 상자를 풀어보니 그 안에 권총이 들어 있었다.

결국 며느리는 자살하게 되고 이를 계기로 대만 국민들은 장개석과 국민당 정부를 신뢰하게 된다. 아울러 나라 안의 엄격한 법시행이 별다른 저항 없이 시행되게 된다. 일벌백계의 모범을 보임으로써 당시 관료 사회에 팽배해 있던 부정부패를 일소하고 오늘의 대만을 일군 초석을 놓게 된 것이다.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 씨의 재보선 공천문제로 민주당 안팎이 연일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 여론은 애초부터 싸늘히 굳어진 상태다. 심지어는 광주를 비롯한 호남에서조차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또한 보궐 선거구인 무안, 신안 지역은 그 양상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들 여론의 중심에는 도덕성이 결여된 사람이 뻔뻔하기 이를 데 없이 함부로 날뛰는 처사란 지적이  대체적 정서다. 그리고 이는 김홍업 본인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그의 부친인 DJ에게까지 날선 화살촉으로 정조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와 함께 민주당 역시 그 비난의 중심축에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란 이유만으로 공직선거 후보가 될 수 없다고 한다면, 이는 참으로 부당한 간섭이며 우스갯소리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 일반의 부정적 인식과 특별히 호남 민중들 사이에서조차 치욕스레 인식되는 소위 김홍업 전략공천을 굳이 강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는 김홍업 개인만의 일로 국한되는 것이 아닌, 그의 부친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위신마저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호남민은 물론이고, 여기에 평화와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전체 민중에 대한 오만한 도전이며, 아울러 심각한 자기 부정을 강요하고 있는 요소로 작동되는 까닭이다.

그렇다고 김홍업 씨의 당선을 보장할 수 있는 상황도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설혹 당선된다 하더라도 호남은 두고두고 세간의 우스갯거리로 전락될 것이 불을 보듯 자명하다. 또한 김홍업 씨의 낙선이 곧 DJ의 위상 추락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농후하다는 사실이다.

돌이켜 보건데, 우리 현대사에서 DJ가 어떤 인물이던가. 민주당 역시 어떤 정당이던가. 저 혹독한 군부 독재의 갖은 고문과 학살 앞에서도 끝내 굴하지 않고 이 땅에 민주주의의 찬연한 꽃을 피워내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 중심에 광주 정신으로 대변되는 서민 대중의 시리고 지난한 역사가 함께 숨쉬고 있지 않던가 말이다.

이러한 점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면 이번 김홍업 씨에 대한 무원칙한 전략공천은 그 스스로가 즉각 내려놓아야 마땅하다. 그 길만이 무참하게 죽어 간 망월동 영령들에 대한 살아남은 자로서의 도리이며, 또한 평화개혁을 열망하는 제 세력 모두의 자존을 지키는 길이다. 아울러 DJ 역시 그 명예를 온전히 지킬 수 있는 보다 합당한 길이 될 수 있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