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남아로 출국했던 대만인 가운데 최소 5천명 이상의 행방이 묘연해지며, 대만사회 전체를 발칵 뒤집어 놓은 일이 지난 2022년 드러났다. 대만 인신매매단이 자국민 대상 고소득 해외 일자리 제공 등을 SNS에 광고하며 유인한 후 이들을 강제로 범죄에 가담시킨 충격적인 사건이다.
허위 구인에 속은 사람들이 현지에 도착하면 휴대전화, 여권 등을 빼앗고 감금했다. 외부와 단절된 피해자들은 범죄단의 협박에 의해 보이스피싱, 로맨스스캠, 불법 주식 리딩방, 도박, 각종 온라인 사기 등의 범죄에 동원됐다. 또는 이메일, SNS 등으로 본국의 다른 대만인들을 유인하기도 했다.
이같은 경악할 범죄는 마약류의 주요 생산지로 악명 높은 미얀마, 라오스, 태국 국경 지대인 ‘골든 트라이앵글’을 비롯한 캄보디아 내의 중국인 범죄 근거지 등에서 주로 벌어졌다. 심지어 현지 무장 범죄 조직과 결탁해 살아 있는 사람의 장기까지 적출해 밀매하는 엽기적인 범죄도 서슴지 않았다.
이들 지역에서 한국인이 납치 피해 당하는 사례도 심각한 지경이다. 2022년까지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으나, 2023년 들어서는 두자릿수로 이상 징후를 나타냈다. 이후 2024년부터 급증 추세를 나타내더니, 올해도 8월말 기준 캄보디아 출국자 가운데 무려 330건의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이런 가운데 한국인 50대 남성이 캄보디아에서 6월 18일 사망했다. 숨지기 한 달 전에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을 찾아 귀국 지원을 호소했으나 도움을 받지 못했다. 8월 8일 20대 대학생이 고문을 당해 숨진데 이어 10월 7일 캄보디아와 베트남 국경 인근에서 3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중국계 범죄조직인 프린스그룹 천즈 일당의 한국인에 대한 온갖 범죄 행각이 드러나며 한국사회를 경악케한다. 천즈는 훈센 캄보디아 전 총리와 그 아들인 훈 마넷 현 총리 고문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며 천문학적인 돈을 쓸어모았다. 현지 경찰에 신고해도 사실상 단속이 무망했던 근본적 이유다.
천즈가 캄보디아에 기여한 공로로 국가공신인 '옥냐(Oknha)' 칭호를 받았을 정도니, 그의 범죄 행각 규모를 능히 가늠할 수 있다. 또한 2022년 캄보디아 아세안 정상회의 당시 각국 정상에게 2만달러 상당의 고급 시계를 선물하며 그의 위세가 어떠한지를 만방에 떨치기도 했다.
캄보디아 전역에 설치된 범죄단지 등에서 피해를 당한 건 한국인만이 아니다. 파키스탄, 인도, 일본 등 아시아를 비롯한 아프리카, 중동, 미주 등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유입됐다. 천즈 일당의 범죄가 활개치며 공공연하게 유지될 수 있었던 건, 뒷배가 되어준 현지 권력층과 부패한 공무원이 있다.
미국 국무부는 "캄보디아 고위급 정부 관계자들이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주기는커녕 위협했으며, 실태를 폭로하려는 활동가들까지 탄압한다"며 "지난 10년여 동안 '차이나 머니' 유입으로 관광과 유흥 산업이 크게 성장한 만큼, 몇몇 중국인 부호가 연루됐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들 중국계 범죄조직에는 한국인 1000여 명이 감금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현재 실종 신고된 사람을 포함한 집계 추정치로, 출입국사무소를 통해 보다 정확한 파악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심지어 장기적출을 비롯한 고문 등으로 살해된 경우도 확인된 것에 비해 훨씬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
감금된 한국인들은 전기고문, 구타, 강제노동, 성폭력, 인신매매, 범죄 강요, 제한된 음식과 식수를 제공받는 등 일상적으로 끔찍한 학대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일부 조직은 피해자를 다른 범죄조직에게 팔아 넘기거나, 또는 인질 삼아 가족에게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기도 한다.
미국 정부는 프린스그룹 천즈 일당이 범죄로 탈취한 150억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 약 12만 7000개를 압류했다. 영국 정부도 천즈의 런던 애비뉴 로드에 있는 고급 주택, 펜처치 스트리트 오피스 빌딩, 센트럴 런던의 아파트 등 1억 7600만 달러 상당의 부동산 자산을 동결했다.
이외에도 미국·영국 정부는 진베이 그룹, 골든 포춘 리조트월드,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엑스 익스체인지 등 온라인 사기 연루 146개 기업에 대한 제재 조치를 단행했다. 미국 연방수사관들은 1200개 이상의 휴대폰에서 7만6000개 이상의 SNS 계정과 연결된 사기 증거를 확보했다.
캄보디아 납치 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지자, 현지 당국은 7월 27일~10월 14일까지 프놈펜 등 18개 지역에서 20개국 출신 3천455명을 체포했다. 이들 중에는 지속되는 강요와 협박에 못이겨 범죄에 가담했을 수 있다. 하지만 범죄를 따르는 순간 공범으로 전락된다.
당시 검거돼 캄보디아에 구금되어 있던 한국인 64명이 18일 전세기를 통해 국내로 송환됐다. 이들은 비행기 탑승 즉시 캄보디아 범죄에 가담한 혐의에 따라 모두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대부분 한국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경우로, 심지어 인터폴 적색수배자도 포함돼 있다.
여기서 이재명 정권의 직무유기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5월 19일 유엔 특별보고관 3인은 공동 성명을 통해 “캄보디아 등의 상황은 인도주의적·인권적 위기 수준에 도달했다”며 “국제사회가 피해자 보호와 재발 방지를 위한 긴급한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는 점이다.
아울러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아세안을 비롯해 미얀마 군부, 캄보디아, 중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과 협의 중이라고 밝힌 것으로 타전된다. 특히 이러한 논의 내용을 한국, 인도네시아, 일본, 싱가포르 등에도 공식 공유했다고 덧붙이고 있어서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그와 함께 “범죄단지가 단속에 의해 폐쇄되기보다, 위치를 옮겨 계속 운영된다”며 “범죄조직들이 정부 관계자, 정치인, 지역 권력층, 거대 자본가들과 결탁해 처벌을 피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덧붙여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하는 국제적 공조 체계 구축 시급성”을 따갑게 강조하고 있다.
실제 지난 12일부터 현지 중국계 범죄조직이 라오스와 미얀마 등 인접 국가로 탈출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지역은 캄보디아에 비해 치안이 더욱 불안정한 곳에 속한다. 범죄조직이 현지 정치인과 군 수뇌들의 비호를 받는 등 공권력과의 유착도 극에 달한 지경이다.
특히 라오스 북부 ‘황금트라이앵글 경제특구’는 중국 카지노 그룹인 킹스 로먼스가 사실상 행정권까지 장악하고 있어서 라오스 경찰조차 진입하기 어려운 곳으로 악명 높다. 미얀마 국경 도시들도 무장 반군과 중국계 범죄조직이 결탁돼 온갖 악질 범죄를 일삼는 치외법권 지대로 알려진다.
캄보디아 범죄조직이 현지에 감금하고 있던 한국인들을 더욱 열악한 지역으로 이미 빼돌렸을 개연성도 높다. 그만큼 구출에 따른 어려움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재명 정권이 지난 5월 19일 유엔 인권 특별보고관 3인이 보낸 경고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은 불찰 때문이다.
무려 한국인 1000여 명의 인권과 생사가 달려 있는 문제다. 최악의 경우에는 군사적 해결 방안도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 그런데 이재명 정권은 자국민 1천여 명이 감금돼 있는데도, 연신 정치 보복에 혈안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하고, 무엇을 하려는 정권인지 아찔한 생각이 앞선다.
이러한 범죄는 SNS 등을 통해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지금도 여러 교묘한 형태의 사기극이 버젓이 난무한다. 범죄 악용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을 대폭 강화하고, 불법이 확인될 경우에는 관계 기관의 신속한 협력을 통해 즉각적이고 강력한 제재에 나서야 한다.
해외 출국 예정인 국민들에게는 캄보디아 등 특정 지역의 치안 상황과 범죄 유형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제공 및 위험 상황 대처 요령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이는 항공권 발급을 비롯한 공항의 탑승 수속 과정에서도 출국 목적을 파악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현지 우리 공관들의 정보 수집과 국민 보호에도 한시의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다시는 이러한 안타까운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와 국민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과 예방이 절실하다. 인구의 급감 속에서 청년들이 해외까지 나가 고통받고 살해되는 참담한 상황 앞에 목을 놓게 된다.
* 필자 : 정성태(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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