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북한이 러시아를 위한 파병에 나섰다. 우크라이나군 정보기관은 북한군 장군 3명을 포함한 장병 약 1만 2천명이 이미 러시아에 입국한 것으로 추정했다. 용병 성격을 지닌 네팔, 스리랑카, 인도, 시에라리온, 소말리아, 쿠바 등 다양한 국적의 군인들도 별도로 들어와 있다.
북한군 가운데 3천명 가량은 러시아 극동부 세르게예프카 훈련소에 도착해 러시아군의 전투·통신 교환 방식을 이해하기 위한 훈련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징후는 지난 9월 초순부터라고 한다. 이후 10월 초순에는 지하 굴착작업과 신규 구조물 건설 그리고 군용 차량도 포착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국가정보원도 북한군 3천명이 러시아에 이미 파병된 것으로 발표한 바 있다. 또한 북한이 오는 12월까지 총 1만여 명을 파병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크라이나군 정보기관과 한국 국정원 발표 사이에 차이가 생긴다. 하지만 북한군이 참전한 사실만은 분명한 점이다. 이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인정한 상태다.
이들 가운데는 러시아군이 새로운 전선을 확보할 때마다 방어용 구조물 설치에 특화된 공병을 비롯해 북한 11군단인 '특수작전군'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폭풍군단으로도 불리는 북한 최정예 부대인 이들은 주로 적진에 깊숙이 침투하여 게릴라전, 요인암살 및 납치, 주요시설 폭파, 후방교란 등 특수 임무를 수행한다.
우크라이나가 침공한 러시아 북서부 쿠르스크 지역 탈환을 위한 전선에는 이미 북한군이 투입돼 있다. 최근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도 이를 인정했다. 만일 북한군 개입이 ‘게임 체인저’가 될 경우 러시아는 향후 종전 협상에서 굉장히 유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북한도 파병에 따른 외화벌이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닌 첨단 군사무기 관련 기술 획득으로 이어질 공산이 높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월, 우크라이나 세르키 코르슨스키 주일 대사가 도조 히데키 전 일본 총리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했다. 더욱이 주일 우크라이나 대사관 측은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관련 사진을 게시하며 "조국을 위해 목숨을 잃은 분들을 추모했다"는 망발을 남겼다. 전쟁 피해를 호소하는 국가의 외교관이 일본의 A급 전범을 미화한 셈이다.
그런 즈음,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한 일본 측 지도 사진을 X 계정에 올리며 영토 분쟁 중인 지역으로 묘사한 점이다. 그러면서 "동아시아에서 우리(우크라이나)의 가장 크고 중요한 파트너(일본)는 매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는 지극히 협량하고 무지한 혹은 불순한 의도가 담긴 것으로 읽히는 게시물을 올려 우리의 국민적 공분을 불렀다.
10월 들어서는 우크라이나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대사가 논란을 야기했다. 한국 방산업체들이 자국에서 열린 국제방위산업포럼 초청에 응하지 않았다며 공개적으로 저격한 것이다. 포노마렌코 대사는 자신의 X 계정에 "우크라이나에서 국제방위산업포럼이 열렸다"며 "30개국에서 100개 넘는 군사 분야 기업들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들은 왜 초대를 받고도 참석하지 않은 이유가 뭔가"라며 우리 기업들의 불참을 비난했다. 하지만 같은 시기에 지상무기 방위산업 전시회인 'KADEX 2024'가 충남 계룡에서 열리고 있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산업, LIG넥스원 등은 물론이고 록히드마틴, 엠브라에르, 사브 등도 전시에 나선 행사였다.
한국이 미국 등 우회로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막대한 수량의 포탄 등 살상무기를 제공했던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인도적 차원의 식량 및 생필품 지원에 있어서도 일본에 비해 더 많은 것을 건네줬다. 이후 북한도 러시아 요청을 받고 포탄을 다량 제공했다. 급기야 북한군 파병이라는 막다른 선택을 하고 말았다.
문제는 우리 입장이다. 주일,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들의 언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 그들에게 한국은 자신들을 위한 소품 또는 희생 제물 쯤으로 여기는 듯싶어 분노가 치민다. 북한의 파병도 우려할 일이겠으나, 그 때문에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대량 살상무기를 제공한다면 이는 더 큰 전쟁과 국가적 재앙으로 비화될 수 있음도 새겨야 한다.
* 필자 : 정성태(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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