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 청와대 비서실장,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 등 이력의 임종석 전 의원이 9·19 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통일하지 말고 함께 살며 서로 존중하고 같이 행복하면 좋지 않을까”라며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라는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통일을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자"며 "단단히 평화를 구축하고 이후의 한반도 미래는 후대 세대에게 맡기자”고 언급했다. 그러한 근거에 대해 “현시점에서 통일 논의는 비현실적이며 통일이 무조건 좋다는 보장도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는 헌법 3조와 관련해 “영토 조항을 지우든지 개정하자”고 주장했다. 아울러 "통일 논의를 완전히 봉인하고 30년 후에나 잘 있는지 열어보자”며 “국가보안법도 폐지하고 통일부도 정리하자”는 논지를 펼쳤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급냉 상태로 빠져든 남북관계다. 이념 운운하며, 냉전 논리 첨병을 자처한 단세포적 접근법에서 기인한다. 대북 전단지와 대남 오물 풍선이 상호 감정선을 자극하며 38선을 넘나든다. 확성기 통한 양측의 저급하고 유아적인 비방전도 여전하다.
어쩌면 임종석 전 의원은 이러한 상황에서는 통일이 어렵다고 여기고, 남북이 상호 체제를 인정하며 평화 구축에 주력하는 것이 낫겠다고 여겼을 수 있다. 그런후 통일 논의를 하자는 것으로, 임 전 의원 심리적 기저에 일종의 반발심이 작동됐을 개연성도 간과할 수 없다.
이는 그도 인식하듯 헌법을 부정하는 처사다. 또한 반민족적 언사이며, 자칫 북한을 중국에 내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또한 한반도 통일을 꺼리는 일본의 장단에 놀아나는 것과도 하등 다르지 않다. 김문수 장관에게 향했던 비난 세례가 고스란히 그에게도 향할 수 있다.
아울러 통일 포기론은 그가 추구하는 평화를 해칠 위험성이 오히려 높게 상존한다. 남북한 공히 동족 개념 삭제에 나설 개연성이 예견되고, 이는 분단 고착화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악화된 평화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그에 대한 대안 제시없는 접근법은 불온할 뿐이다.
물론 임 전 의원의 “상대에 대한 부정과 적대가 지속되는 조건에서 통일 주장은 어떤 형태로든 상대를 복속시키겠다는 공격적 목표를 갖게 된다”며 “신뢰 구축과 평화에 대한 의지 없이 통일을 말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공격과 다름없다”는 토로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그렇기에 평화통일의 당위성을 통해 흡수통일론을 잠재우고, 특히 주변 강국의 놀이터로 전락될 수 있는 급변통일론을 대체해야 할 시점이다. 더욱이 북한이 적대적 2개 국가를 표명하는 상황에서 우리마저 평화통일을 포기하는 것은 또 다른 이완용 화법으로 인식될 수 있다.
여기서 노무현 정부 NSC 위원장과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던 정동영 의원이 역설한 "남북은 나라와 나라 관계가 아닌 잠정적으로 형성된 특수 관계라는 기둥 하에서 통일을 추진해 왔는데, 이를 변경해야 할 어떠한 사정도 없다"는 일침을 정치권 모두 차분한 심정으로 되새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
* 필자 : 정성태(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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