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뉴스]

마구잡이 외국인 유학생 유치... 불법취업 통로되나?

시와 칼럼 2024. 5. 4.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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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대학이 봉착한 위기는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오래 전에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을 것이다’라는 말이 자조적으로 회자되었듯, 지방대학은 지속되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극심한 신입생 충원문제와 재정 위기 등으로 시달려 왔다.  

이에 교육 당국은 지난해 8월 ‘유학생 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통해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0만 명 유치 계획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인구 소멸이라는 난제를 타개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유학생 숫자를 단순히 양적으로 늘리는 무분별한 유치 정책은 결국 국내 대학 교육의 질적 수준 저하와 부실대학 양산의 부정적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는 전문가들 지적이 잇따른다.

교육부 통계에 의하면 2022년 기준, 한국에서 공부하는 해외 유학생은 약 16만 6천명이다. 출신 국가별 유학생 수는 4년제 대학과 2년제 전문대를 포함해 중국이 6만7439명으로 전체 유학생의 41%를 차지한다. 여기에 베트남 3만7940명으로 28%, 우즈베키스탄 8천608명으로 5%, 몽골 7천348명으로 4%를 점유한다.

여기서 나타나듯, 국내 유학생 비율이 아시아권 국가에만 편중돼 있는 현실이다. 미주와 유럽 등의 우수 유학생 유입은 극히 저조한 실정이다. 이게 과연 대학의 질적 경쟁력 강화 통한 ‘세계 10대 유학 강국 도약’이라는 교육부의 현란한 캐치프레이즈와 어울리는 것인지 심각한 의구심이 든다.

대다수 유학생이 아시아권 국가에서만 지속적으로 유입된다면 국내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은 필연적으로 저하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들 국가에서 오는 유학생들 가운데 일부는 취득이 어려운 취업비자 대신 발급이 보다 용이로운 유학비자를 통해 입국한 후 불법취업의 우회로로 유학을 악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매년 유학생들이 학업에서 이탈해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비율도 늘어만 가고 있는 실태이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학위과정인 D-2 비자를 받고 입국했다가 불법체류자가 된 외국인이 2019년 기준 2833명에서 2022년에는 9817명으로 4년 동안 무려 3배 넘게 증가했다. 이처럼 유학생 관리가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현실에서, 유학생 유입 문턱을 대폭 낮춰 숫자만을 늘리는 방식으로 양질의 유학생을 유치하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안일하고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지적할 수밖에 없다.

일부 대학이 돈벌이 방편으로 전락한 유학생 유치활동에 사활을 걸다보니 유학생 알선 브로커나 검증되지 않은 해외 에이전트들과 결탁해 학생을 모집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심지어 불법체류자 신분인 외국인 근로자가 자신의 나라에 유학원을 설립해 그곳의 유학생을 한국으로 보낸 사례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스리랑카 유학생 M씨에 따르면, 한국 출입국관리소에 불법체류자로 신고된 스리랑카 출신 노동자 S씨는 지난해 가을, 충남 소재 A전문대학과 유학생 공급 계약을 맺었다. 그런 후 국내 스리랑카 근로자들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 서비스 등을 통해 모집한 스리랑카 출신 학생 18명을 올 3월 입학시켰다.

그가 2023년 가을 스리랑카에 설립한 유학원의 사회관계망 서비스에는 A전문대학 로고 및 유학 담당자와 함께 찍은 사진 그리고 A전문대학 유학생 유치 홍보물, 충북 소재 C전문대학 홍보 동영상 및 유학생 모집 광고가 스리랑카어로 게제되어 있다.

이처럼 일부 지방 대학들이 유학생을 공급하는 현지 에이전트나 알선업자로부터 유학생을 보내주겠다는 제안을 받고서 그들의 신분이나 능력에 대한 기본적인 검증조차 하지 않은 채 입학허가서를 남발하는 근본적 원인은 일부 대학들이 국내 학생들로는 모집인원의 충원이 요원하지만 유학생은 모집정원 외로 인원수 제한없이 학생을 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모순된 규정을 악용해 지방 대학들은 재정수익 확대를 위한 묻지마식 유학생 유치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러한 무분별한 유학생 유치는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절반 이상의 유학생들이 학습을 위한 기본적 한국어 능력조차 갖추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동용 의원실의 ‘외국인 유학생 언어능력 충족 현황’에 따르면, 국내 4년제 대학 한국어 능력 충족률은 2023년도 기준 전체 유학생 수의 47.4%였으며, 전문대학은 2023년도 기준 22.4%로 나타났다.

교육부의 외국인 유학생 표준업무처리요령에 따르면 대학은 한국어능력시험 3급 이상의 기준을 갖춘 외국인 신입생을 선발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지방 대학들은 교육부의 지침이 강제규정이 아니라는 허점을 악용해 한국어 구사능력이 전혀 없는 학생들까지도 한국어능력시험 성적의 제출을 면제해 주는 조건으로 학위과정(D-2-1)의 표준입학허가서를 남발하며 유학생들을 마구잡이로 유치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된 원인은 일부 대사관의 허술한 유학생 비자발급 기준도 한 몫 한다는 지적이 있다. 일부 지방 대학은 몇몇 국가의 한국대사관에서 한국어능력시험의 성적 유무를 유학생 비자 발급의 준거로 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서 한국어를 전혀 구사하지 못하는 유학 지망자들에게도 학위과정(D-2-1)의 표준입학허가서를 발급해 주고 있다. 유학생 유치의 첫 단계인 표준입학허가서 발급 과정에서부터 일부 대학들은 한국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유학생들까지 무분별하게 유치해 대학의 부족한 재학생 수를 메우는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취재에 의하면, 스리랑카인 불법체류자 S씨는 무려 60여명에 대한 정규 학위과정 입학허가서를 A전문대학으로부터 발급 받았다. S씨가 A전문대학에 알선해준 스리랑카 학생들 대부분은 한국어능력시험을 치루지 않은 학생들로 한글조차 쓰지 못할 정도로 기초 한국어 구사 능력이 전무한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도 주스리랑카 한국대사관은 한국어를 전혀 못하는 이들 60여명 가운데서 18명에게 2024학년도 1학기 정규학위 과정(D-2-1)의 비자를 발급해 주었다. 이는 대사관에서 비자 발급 업무를 할 때 학위과정을 지망하는 유학생들에게 한국어능력시험 성적의 제출을 필요조건으로 삼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상식적으로 본다면 이들은 학위과정(D-2)이 아니라 어학연수생 자격의 비자(D-4)를 받아 대학의 어학원에서 한국어를 습득해야 하는 유학생들이었다.

주스리랑카 한국대사관의 비자발급 업무가 이처럼 허술한 점에 편승해 지방의 몇몇 전문대학들은 스리랑카 출신 유학생에게 한국어능력시험 성적증명서 제출을 면제해 주는 조건으로 한국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유학 지망자들에게도 어학연수 과정(D4)이 아닌 정규학위 과정(D-2-1)의 표준입학허가서를 무더기로 발급해 주면서 유학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같이 유학생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비자장사’가 횡행하고 있는 현실에서, 교육부의 30만 유학생 유치로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대학의 경쟁력 강화’ 구상은 여전히 유학생 숫자를 늘리는 무분별한 정책에만 방점을 찍고 있다는 점에서 심한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이제라도 유학생들을 지방 대학의 열악한 재정 상태를 메워주는 금전자동출납기 정도로 여기는 그릇된 인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단순히 유학생 유치의 양적 성장에만 정책적 우선 순의를 둔다면 정부의 ‘스터디코리아’ 정책은 단지 구두선에 지나지 않을 것이기에 그렇다.

유학생들에 대한 대학들의 관리가 잘 이루어진다면 한국은 유학생들이 선호하는 국가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학생 숫자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교육부는 유학생들의 유입단계부터 질적 관리를 철저히 해서 대학이 유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관리하고 그들을 우리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로 양성할 수 있는 방법론이 무엇인지를 보다 긴 안목으로 숙고해서, 그 결과를 정책적 대안으로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 필자 : 정성태(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