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노태악 위원장, 현대판 음서제 알고 뭉갰나? 또는 무능 때문?

시와 칼럼 2024. 5. 3.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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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가 무사안일과 부패의 늪에 빠지게 되면 국가 전체의 근간이 약화되고 결국 와르르 주저앉게 된다. 예전에 잘 살던 국가들 가운데 지금은 몰락한 경우가 일부 있다. 가장 큰 원인이 공직사회에 만연한 부패 때문이다. 아울러 산업구조 개편과 경제 체질개선 등에서 실패한 것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감사원이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지난 2013년부터 무려 1000회 넘는 규정 위반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연루된 인원도 49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 가운데 '자녀 특혜채용' 혐의가 있는 전·현직 선관위 직원 27명에 대해서는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한 상태다.

선관위가 다양한 방식을 통해  조직적으로 감사원 감사를 방해한 점도 드러났다. 자료 제출 거부, 자료 숨기는 방안을 담은 내부 보고서, 문서 파일 변조, 자료 은폐, 문서 파쇄, 서류함을 "갈아버리라"고 지시한 정황까지 적발됐다. 감사원이 선관위 직원들의 업무용 PC 포렌식 작업을 통해 밝혀낸 내용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선관위 전현직 인사들의 자녀가 시도 선관위에 경력 채용될 때 본래 소속된 지자체 단체장이 전출 동의를 하지 않거나 또는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하겠다”고 따지면 중앙선관위 인사 담당자는 “징계받더라도 예전에 받은 표창이 있어서 괜찮다”는 식으로 개의치 않고 태연한 모습를 보였다고 한다.

심지어 선관위 내에서 김세환 전 사무총장 아들이 ‘세자’로 불렸을 정도라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가족회사 지긋지긋하다”는 선관위 직원들의 자조 섞인 대화마저 있었음이 포착됐다. 금품을 받은 선관위 직원이 128명에 이르고, 법령에 근거도 없는 수당을 매달 200만 원씩 받은 선거관리위원들도 불거졌다.

감사원 관계자는 선관위가 지금까지 자행해 온 파렴치한 행태에 대해 "가족회사"라고 개탄할 지경이다. 아울러 "감사원 생활 24년 간 이렇게 공직자를 뽑는 기관은 처음이라 충격적"이라며 "도덕 불감증이 만연해 있는 느낌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헌법상 독립기관의 특권 뒤에 숨어 막장을 방불케 했던 셈이다.

이제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이 답할 차례다. 그간 선관위 고위직 자녀들의 불법적 고용 세습과 부패가 만연해 있었던 것으로 확연해졌다. 그렇다면 알면서도 뭉갰을까? 또는 무능 때문일까? 공직 윤리가 수렁에 쳐박힌 현대판 음서제 사태에 대해 조직 수장으로서 최소한의 염치와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 필자 : 정성태(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