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뉴스]

석연경 시인, 죽비 소리 『탕탕』... 신간 시집 발간

시와 칼럼 2024. 3. 2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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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연경 시인이 자신의 새로운 시집 『탕탕』을 출간했다. 『독수리의 날들』, 『섬광, 쇄빙선』, 『푸른 벽을 세우다』, 사찰시사진집 『둥근 거울』. 정원시선집 『우주의 정원』. 힐링잠언시 사진집 『숲길』. 시평론집 『생태시학의 변주』에 이은 신간 시집이다.

이경철 문학평론가는 해설을 통해 "캄캄한 혼돈 속 뭔지 모를 것들이 그리움으로 서로서로 뭉치다 폭발해 우주를 낳고 있는 빅뱅(Bing Bang)의 빛", "기성의 모든 알음알이 다 벗어던지고 참 나와 참진 세계, 본지풍광(本地風光)을 있는 그대로 보라고 탕, 탕 내리치는 죽비 소리"로 설명한다.

그러면서 "언어로 다가갈 수 없는 가없는 것들을 감촉하고 어떻게든 전하려 온몸의 감각을 예민하게 세운 이미지들이 생생하다"며 "시공을 초월해 비약하는 상상력이 환상적인 시집", "태초로 돌아가 너와 내가 하나로 어우러지려는 사랑 시집이기도 하다"고 부연한다.

이어 "그러기 위해 끝과 시작, 있고 없음, 가고 옴의 상반이나 구별도 없애고 있다, 그리하여 긍정과 부정 등 인간의 인식도 넘어서 ‘아니다, 그렇다’는 불연기연(不然其然)의 대긍정 문법으로 지금은 나뉘어 서럽고 슬픈 우주 삼라만상을 서로 간절한 하나로 묶고 있다"고 소개한다.

“나는 벌거벗은 태초의 여자/여기는 땅과 바다의 접점/끝과 시작은 같아서/무량한 별빛이 쏟아져 내린다//젖이 돈다/따뜻하고 축축한 허공에서/알 수 없고 말할 수 없던/기름진 땅이 펼쳐져 나오고//스스로 그러한 풍경//거대한 화엄의 은하가 흐른다” –「빛의 무량한 소리를 듣다」 부분

평자는 또한 "땅과 바다의 접점 풍경이 허공으로 내면화되면서 공(空)과 무(無)의 철학도 낳고 있다"며 "시인은 ‘젖이 돈다’는 역동적 이미지로 그런 우주적 기운 혹은 항산성(恒産性)과 일치된 여신 같은 여성성을 감촉해내고 있다"고 설파한다. 그것은 "‘스스로 그러한 풍경’, 자연에서 화엄세계를 봐내고 있는 것이다"고 덧붙인다.

아울러 "너와 나는 하나라는 ‘동일성의 시학’과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한순간에 묶는 ‘순간성의 시학’"이라며 "이런 서정시학은 불교나 실존주의 세계관, 특히 한순간 문득 깨치는 선(禪)의 핵심인 돈오각성(頓悟覺醒)이나 본지풍광과 연결되어 있음을 잘 보여준 깊이 있는 시집"으로 평가한다.

석연경 시인은 경남 밀양에서 태어났으며 청소년 시기부터 시 동인으로 꾸준히 활동했다. 광주에서 전남대와 동대학원 박사 과정을 마쳤다. 2013년 『시와 문화』(시), 2015년 『시와 세계』(평론)로 등단했으며 송수권시문학상 젊은시인상을 수상했다. 현재 연경인문문화예술연구소 소장 겸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 필자 : 정성태(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