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신작]

핏빛 깃대를 세우며

시와 칼럼 2024. 1. 4.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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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 깃대를 세우며


낡은 깃발을 펄럭이며
그들이 쏟아내는 요설은
한낱 배설물에 지나지 않는다.

닳고 닳은 주술 또한
이미 시효 지난 것을 암송하며
남루한 몰골만 처연히 사각인다.

숱한 무명용사의 피값이
금빛 부착된 훈장의 넋이거늘
혼백을 팔아넘긴 그 더러운 위선!

다시는 태어나지 말라!
다시는 민중을 희롱하지 말라!
저주의 핏빛 깃대를 세우나니.


詩 정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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