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뉴스]

천태만상 공동주택 관리비 의혹, 검경 수사 통해 척결해야

시와 칼럼 2023. 12. 5.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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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대도시 위주로 생활권이 잘 형성돼 있다. 그에 따른 인구 밀도가 높다보니 아파트, 빌라 등 공동주택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 외부 침입에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생활 쓰레기 배출 등에 있어서도 편리한 측면 때문인 듯싶다.

그런 한편 층간 소음과 관리비를 둘러싼 해묵은 논란은 여전한 사회적 과제로 남아 있다. 이른바 ‘깜깜이 관리비’가 주된 불신과 갈등 요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개선 방향에 대한 요구도 거세게 대두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이 자체 애플리케이션 접속자 81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공동주택 관리비 부담이 높다고 응답한 비율이 무려 74.9%에 달하고 있다.

이에 대한 개선점으로 △관리비 확인, 비교할 수 있는 투명한 정보 공개 필요(42.2%), △금액 산정 기준의 명확( 31.3%), △개별 세대 계량기 설치로 정확한 수치 측정(11.2%), △정액제가 아닌 세부 내역 표시(7.6%), △임대료에 관리비 전가 문제 해결(6.1%) 응답이 뒤를 이었다.

관리비는 월세를 내듯 매달 정해진 금액을 꼬박꼬박 납부해야 하는 성격을 지닌다. 응당 입주민 입장에선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특히 그에 대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어서 불만으로 쌓이는 것은 당연지사일 수 있다.

최근 정부가 공동주택 관리 비리를 막기 위해 관리비 세부 내역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향후 원룸, 오피스텔, 다세대, 다가구 주택 등 50가구 미만 공동주택도 공개 의무화에 나설 방침이다.

공개대상과 항목도 확대 및 세분화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깜깜이’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보 공개 항목이 늘어도 불투명한 관리비 징수 사례가 다반사인 까닭이다. 세부내역 정보가 미흡해 입주자들이 적정성 분석과 검증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부실 회계감사 문제도 제기된다. 또한 아파트 관리비 책임이 주어진 관리소장과 경리직원이 공모한 후 각종 청구서 조작 등을 통해 횡령 및 부정하게 사용하는 사례도 왕왕 발생하고 있다.

특히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의가 작당해 비리를 키우는 경우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주택관리업체, 관리소장 사이의 감시와 견제 장치 마련이 요구된다. 이러한 점이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엔 오히려 비리가 발생할 수 있는 좋은 환경으로 전락되고 만다.

이와 관련해 서울 어느 아파트 거주민 S씨는 "아파트 관리비 문제는 전형적인 생활 밀착형 비리"라며 '관리소의 관리업무 문제', '입주대표회의 전횡', '지방자치단체 책임자의 관리 태만'에 관한 3가지 사항을 꼽았다.

S씨 주장에 근거하면 "입주민들은 관리소장과 입대의가 정한대로 관리비를 내면서도 정작 왜 관리비가 매년 인상되어야 하는지 알 도리가 없다"며 "지난 10여 년간 일반 관리비가 무려 두배 이상 올랐다"고 의문을 표했다.

아울러 "전기료, 가스료 인상이 심각한데 어떤 아파트 단지에서는 입대의가 나서 장기수선충당금을 두배로 인상하려고 한다"며 "관리 규약을 고쳐 장충금을 언제든 마음대로 올릴 수 있게 하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책임을 피하기 위해 입대의 해임요건도 기존에는 관리비를 3번 체납할 경우로 되어 있으나, 이를 민형사처벌 또는 과태료 처분을 받아야 해임될 수 있도록 요건을 대폭 완화해 입대의 책임을 면피하려 한다"며 "한마디로 입주민에게 관리비를 마음대로 올려 받은 후 혹시 문제가 될지 모르니 자기네 책임을 없애려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그와 함께 "지자체는 입대의와 관리소의 결탁을 막기 위한 제 3의 업무 책임자"라며 "관리소 업무에서 소외된 입주민은 만약 두 관리 주체가 결탁할 경우 이를 견제할 대책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또한 "원래 입대의가 관리소 업무를 견제하라고 만들었는데 입대의가 오히려 관리소와 결탁해 관리비를 마음대로 올리기 때문이다"며 "이에 대한 중재자로 관리업무를 감시할 제 3의 기관이 지자체인데 여태까지 경험으론 중재가 아닌 관망, 냉담 정도 수준이다"고 개탄했다.

또 다른 서울 거주민 K씨는 "현재 관리소장 만행은 자기 아파트에 살면서 대표회장과 소장 직책을 이중으로 갖고 비리를 일삼는다"며 "동대표 회장과 소장이 한통속이면 100% 잘못될 수 있다"고 언성을 높였다. 결국 입주자대표회의 투명성과 역할이 매우 중요한 지점임을 뜻한다.

지자체와 관련해서는 "구청에서 지원금 주고 공사는 자기들이 한다"며 "회장과 짜고 애꿎은 주민들만 봉이다"고 분노했다. 이어 "구청은 국민세금 지원한다며 직영공사를 끼리끼리 하며 착복하고 담당기관은 강건너 불보듯 한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여기에 또 다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아파트 위탁관리 업체의 독과점 현상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 관리비 공개단지 대상의 72.5%를 특정 업체가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거의 독식 구조로 되어 있는 셈이다.

올해 공개단지를 대상으로 한 관리비 규모만 따져도 무려 26조원 가량이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아파트 시설 고급화와 분양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 등으로 날로 시장 규모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그런데도 사실상 경쟁 구도가 취약한 무풍지대에 다름 없는 현실이다.

오피스텔, 원룸 등 소형주택 임대인들 문제도 불거진다. 이들 가운데 일부가 관리비 명목을 악용해 월세를 올려받는 실정이다. 가령 월세는 25만원인데, 관리비는 120만원인 경우다. 이는 관리비가 사실상 월세에 해당되고, 진짜 월세는 관리비로 둔갑된 것이다. 전월세 신고제, 전월세 상한제 등을 피하거나 세금 혜택 등을 받기 위한 꼼수인 셈이다.

이즈음에서 공동주택 관리비 의혹을 둘러싼 제반 사항에 대해 검경 수사당국의 강도 높은 대처가 필히 요구되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사무소, 위탁 관리회사, 지자체 등의 천태만상 문제점을 꼼꼼하게 살펴 반드시 척결돼야 할 사회악으로 지적된다.

* 필자 : 정성태(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