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이종섭 장관, 박정희 전 대통령 부관참시?... 그 확증편향 두렵다!

시와 칼럼 2023. 8. 28.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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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증편향,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에 맞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취합하려 드는 외골수를 지칭한다. 때문에 자신의 생각과 모순되는 정보는 애써 무시하거나 최소화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정보 인식과 처리 과정 그리고 유지 방식이 일방적이고 자신의 관점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는 특성이 있다. 그에 따른 인식 왜곡은, 어떤 현상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저해한다.

또한 모호한 정보는 기존 신념을 뒷받침하거나 강화하는 형태로 수렴된다. 이는 이념적 극단성을 낳는 요인이 될 뿐만 아니라, 부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정치권 일각의 왜곡선동, 일부 미디어의 가짜뉴스, 과학 연구자들의 데이터 조작 등 다양한 양태로 나타난다. 개인의 경우, 특정 정당 혹은 정치인에 대한 맹목적 지지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스스로를 과신하는 오류에 빠져 자신의 신념과 배치되는 정보는 불신하거나 심지어 적으로 간주한다.

그렇듯 자신이 믿고싶은 것만 받아들이게 됨으로써 극단적 흑백논리를 양산하게 되고, 사회적 다양성을 억압하려 든다. 중국 모택동 시대의 홍위병 정치가 그 대표적 사례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육군사관학교에 세워진 홍범도, 지청천, 이회영, 이범석, 김좌진 장군 흉상을 철거할 방침이라고 한다. 우선 역사성과 주체성을 망실한 우려스러운 일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홍범도 장군은 일본군을 상대로 크고 작은 숱한 전투를 이끈 인물로 알려져 있다. 특히 1920년 일본군에게 치명적 대패를 안겨준 중국 봉오동 전투의 핵심 지휘관이기도 하다.

그의 아내 이옥구(이옥녀) 씨는 일제의 모진 고문을 받다 옥사했다. 장남은 일본군과 전투 중 사망했으며, 차남도 의병 활동 도중 병사했다. 가족 모두가 조국 독립에 목숨을 바친 셈이다.

일제가 그의 아내를 통해 회유할 것을 협박하자 "계집이나 사내, 영웅호걸이라도 실낱 같은 목숨 없어지면 그뿐이고, 내가 그런 글을 쓰더라도 영웅호걸인 그는 듣지 않을 것이다"며 거부했다.

홍범도 장군의 소련 공산당 이력을 빨갱이로 매도하는 일각의 시각도 있다. 그는 1910년 대한제국이 일본에 병합되며 의병 항쟁 여건이 날로 악화되자, 이듬해 연해주로 망명한다.

이후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점으로, 접경 지대에 있던 일본 군경을 상대로 유격전을 펼쳤다. 그러던 1917년 10월, 소비에트 정권의 탄생을 알리는 러시아 사회주의 대혁명이 발생한다.

러시아 10월 혁명 이후 연해주에 진주한 일본군은 조선 무장독립군 소탕에 총력을 쏟았다. 그러자 힘의 열세에 놓인 그가 소수 민족에 우호적이던 소련 공산당과 손을 잡게 된 것이다.

당시 항일 독립군은 일본군에 비해 턱없이 열세에 있었다. 타국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안되는 현실적 한계가 뚜렷했다. 그것이 그를 빨갱이로 모는 일부 외눈박이 시각인 셈이다.

그가 소련에 입국할 당시 제출한 입국신고서 직업란에는 '의병', 목적과 희망은 '고려독립'으로 기재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 인물에게 신종 매카시즘을 씌우려는 저의가 무엇일까?

그런 자신이 그토록 염원하던 조국 광복을 2년 남겨 놓고 카자흐스탄에서 생을 마감했다. 남북 사이의 이해관계와는 그 어떠한 개연성도 없다. 다만 국권이 찬탈된 아픈 역사 속 독립군 영웅일 뿐이다.

그 때문에 보수진영 존엄으로 추앙받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건국훈장을 추서했던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 때부터 본격적인 유해 봉환 작업이 이루어져 그의 사후 78년만에 대전 현충원에 안장됐다.

이제 이종섭 장관이 답해야 한다. 홍범도 장군의 불가피했던 소련 공산당 입당이 문제라면, 남로당 활동으로 사형을 언도받고 수감된 바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흔적도 몽땅 지워야 하는가?

불현듯 지난 문재인 정권이 떠오른다. 자신들과 다른 견해를 지닌 정치인을 향해 욕설 문자를 퍼부었다. SNS를 휘저으며 쌍욕 또한 서슴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은 그것을 양념이라며 두둔했다.

누구든 역사와 시대 앞에서 겸손할 수 있어야 한다. 이종섭 장관의 이념과잉 그 자체로,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에 불신을 초래할 수 있음이다. 그것은 충성이 아닌 패악이 될 수 있음을 엄중히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 필자 : 정성태(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