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기성 세대가 공교육을 받을 때는 단체 기합과 폭력적 체벌에 노출되는 경우가 적잖았다. 심지어 교사가 휘두르는 주먹과 발길질에 고막이 터지는 경우도 있었다. 적절한 학생 지도라기 보다는 교사 개인의 감정 배설에 불과했다.
그런 가운데 학생인권 문제가 대두됐다. 상당한 성과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 한편 교사인권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학부모 또는 학생이 교사를 향해 폭언을 일삼거나 폭행마저 서슴지 않는 참담한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이런 사태가 발생해도 교사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어렵게 된 현실적 문제다. 정당한 훈계와 지시마저 차별과 아동학대로 몰아세우기 때문이다. 학생인권이 강조되기 이전, 교육 현장에 횡행했던 치맛바람의 변형된 양태로 여겨지고 있다.
이제라도 해법 제시가 따라야 한다. 학부모 또는 학생에 의한 정당한 민원과 악성 민원에 대한 가이드 라인이다. 학생인권과 함께 교사인권 또한 지켜져야 할 소중한 사회적 덕목이기 때문이다. 이는 불필요한 오해와 분쟁의 소지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혹여 교사로서 지녀야 할 품성이 문제인 경우도 있겠으나, 학부모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으리라 여긴다. 이럴 때 교사는 혼자인 반면, 문제 학생과 학부모는 다수일 수 있다. 일방적으로 억지를 쓰게 되면 교사가 당해낼 재간이 없다. 더욱이 교장과 교육 관청은 교사에게만 인내와 책임을 종용한다.
교사는 수업은 물론이고, 행정 업무도 처리해야 한다. 지속적인 악성 민원까지 교사 홀로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더욱이 학부모나 학생의 폭언과 폭행까지 더해진다면 어찌될까? 교사의 교육에 대한 열정과 사명감은 사라지게 될 것이고, 교육의 질도 하락될 것임은 자명하다.
그렇듯 공교육 현장이 피폐해진 상태에서 어찌 전인교육이 가능하겠는가? 교사의 품위 유지가 선행되는 가운데 학부모와 학생에 의한 반복적인 부당 민원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 교사에 대한 인권유린 또는 괴롭힘 문제가 명확히 규정돼야 할 필요가 충분하다.
이를테면 심각한 문제가 지속되는 학부모와 학생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학교와 격리하는 방안이다. 교사에게 밤낮 가리지 않고 수시로 전화 또는 SNS 등을 통해 부당하게 압박하거나 지시하는 행태 등이 해당된다. 반드시 근절돼야 할 악질적 갑질임을 자각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학생이 처한 건강 및 심리적 상태 등 불가피한 측면도 있으리라 여긴다. 담임 교사에게 사전에 알려, 교사가 이를 인지하고 적절히 대처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또한 교사의 사생활을 고려하는 것이 기본 예의다. 아울러 민원 전담 상담교사 확충도 긴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이후, 학보모에 의한 악성 민원 사례가 다양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학습 차질이 우려된다며 교사 결혼 날짜까지 미루라고 요구한 경우도 있다. 특히 법조인 학부모들이 마치 기소장 작성하듯 교사를 겁박하는 듯한 내용도 심상치 않게 타전된다.
교사의 지극히 정상적인 훈계와 지적마저 차별 또는 아동학대로 몰아가는 극히 어긋난 자식 사랑에 해당될 듯싶다. 직장인에게 성희롱 가이드 라인이 마련된 것과 같이, 공교육 현장 또한 교권침해 가이드 라인이 시급한 상황에 놓여 있다.
그 무엇보다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들의 책임 통감이 요구된다. 일선 교사 그리고 다양한 계층의 학부모들과 다층적 경로를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기를 주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통해 상시 문제점을 파악하고, 또 개선하는 교육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한다.
공교육이 무너지면 국가 근간이 흔들린다. 사회적 규범이 설 자리를 잃게 되고, 공동체적 질서도 위협받게 된다. 공교육 현장은 지식 습득 못지 않게 사회성 함양을 위한 매우 중대한 학습적 시공간이다. 교육 당국이 뼈에 새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
* 필자 : 정성태(시인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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