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의로운 사람들... 아직 우리에게 희망은 있다!

시와 칼럼 2023. 7. 24.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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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복판에서 아무런 인과관계도 없는 묻지마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초등학교 교사가 학생에게 무차별 폭행당하거나 또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국가 경제력이 대폭 향상되고, 국민들 생활상도 크게 개선됐다. 그런데도 생활고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끊이지 않고 있다. 빈곤 때문에 목숨을 끊는 노인도 심상치 않게 발생한다.

한편 나라 전체가 물난리를 겪는 와중에 골프를 즐긴 광역단체장도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공무원도 주말에는 쉬어야 된다는 괘변을 쏟아냈다. 그것도 공개된 기자들 앞에서 서슴없이 내뱉았다.

이런 가운데서도 우리 모두를 훈훈하게 하는 소식도 들려온다. 충북 오송 궁평2지하차도가 폭우로 인해 순식간에 물에 잠기자 자신의 화물차 지붕에 올라가 여성 1명과 남성 2명의 목숨을 구한 유병조 씨 얘기다.

감동은 여기서만 그치지 않는다. 증평군청 정영석 팀장의 미담도 타전된다. 그는 유병조 씨에 의해 극적으로 살아난 후 지하차도 물속에 갇혀 있던 두 사람의 여성을 물 밖 가드레일로 구출해 냈다.

또 다른 의인도 있다. 물에 갇힌 1톤 화물차 기사가 탈출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실천이다. 앞에 있던 승용차 여성 운전자를 차량 지붕 위로 끌어낸 후 중앙 가드레일을 밟고 여성을 구조해 함께 위기를 벗어난 경우다.

폭우로 인해 물길이 순식간에 턱밑까지 차오른 지하차도. 오도가도 못하게 갇힌 상황이고, 자신의 목숨마저 시시각각 위태로운 가운데서도 타인의 생명을 외면할 수 없었던 인간애. 우리에게 아직 희망이 있음이다.

어떤 영화가 이보다 더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을까? 제아무리 꾸며도 쉽지 않을 그들의 의로운 행위 앞에 절로 울컥하게 된다. 어느 광역단체장의 비루하기 그지없는 처신과는 너무도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소식을 접한 LX판토스는 유병조 씨에게 차량피해지원금 5천만 원,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는 차량구입지원금 2천5백만 원을 지원한다. 현대자동차 그룹도 1억 8천만 원 상당의 14톤짜리 신형 화물차를 전달하기로 했다.

정치권이 국민의 심사를 후벼파는 가운데서도 고결한 시민의식을 지닌 보통 사람들로 인해 시대가 숨쉰다. 이름없는 숱한 의병, 독립운동, 산업역군, 민주화운동 또한 그러했다. 다만 정치가 적폐의 진앙지가 되고 있을 따름이다.

* 필자 : 정성태(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