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죽음을 부르는 교단... 무기력한 선출직 교육감들이 원흉!

시와 칼럼 2023. 7. 20.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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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공교육이 무너졌다는 문제 제기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이제는 그마저 오래된 얘기가 된 듯싶다. 교권이 밑바닥까지 내려앉은 지경에 이르렀다. 그도 모자라 교사가 폭언, 성희롱, 구타에 시달리는 참담한 상황이 교육 현장에서 버젓이 다반사로 발생하고 있다.

교단에서 수업 중인 여교사 주변에 남학생이 앉은 자세로 희롱하기까지 한다. 심지어 남교사가 일단의 남학생에게 둘러싸인 채 무차별 폭행을 당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여교사에게 놓인 위기는 어떠할지 미루어 짐작하게 된다.

경제성장과 민주화 진척, 저출산 요인 등이 맞물리면서 학생 인권도 크게 강화된 측면이 있다. 어린 학생들이 차별, 구타, 모욕 등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일에 노출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더없이 소중한 공동체적 가치임에 분명하다.

그런 한편 또 다른 문제점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서울 서초구 어느 초등학교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에 앞서 서울 양천구 어느 초등학교 교사는 학생들이 집단으로 휘두른 폭력에 속수무책 당해야만 했다. 끊임없이 우리사회를 우울하게 하는 일들 가운데 하나다.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서이초등학교 담벼락에는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근조화환이 끝없이 늘어섰다고 한다. 같은 학교 교사들은 물론이고,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수백 명의 교사들이 검은 옷에 국화를 들고 헌화하는 등 애도를 표하는 것으로 타전된다.

결코 남의 일로 여길 수 없는 교사들의 묵언 행렬로 이해되고 있다. 교권 추락은 물론이고, 교사를 보호하지 않는 현실에 대한 시위 성격도 담긴 듯싶다. 교사가 폭언과 성희롱 또는 폭력에 노출될 때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이 전혀 없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교사도 한 사람의 인격체다. 그런데 모든 것을 교사에게만 떠넘긴 채 인내와 희생이 강요되는 현실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걸핏하면 제멋대로 규칙을 어기거나 사고치는 아이들, 학부모들의 폭언과 악성 민원까지 가중되면서 공교육 현장이 심각하게 병들어 있다.

공교육 정상화 측면에서도 교사의 인권 문제를 더는 늦추면 안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일조차 교사가 모두 감내해야 하는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을 찾지 않고서는 유사한 일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학생인권과 함께 교사인권도 소중한 것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교육 당국 특히 선출직 교육감들에게 그 책임이 엄중한 것임을 따갑게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얼마나 더 많은 교사가 목숨을 끊어야 할까? 학교 폭력 근절 대책과 함께 보다 엄격한 교권확립이 요구되고 있다.

차제에 교육부 관계자, 전국 교유감들, 교육 전문가, 일선 교사들, 학부모 단체들이 함께 모여 허심탄회한 토론회 개최를 제안한다. 학생인권과 함께 교사인권 문제가 막힘없이 개진되고 합리적인 방안이 도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공교육 정상화, 이는 더는 미룰 수 없는 국가의 백년대계가 되어야 하는 까닭이다.

* 필자 : 정성태(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