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뉴스]

윤석열 대통령 "동포들이 고난과 고통 당하는데 국가가 곁에 없었다" 사과

시와 칼럼 2023. 5. 2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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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손을 감싸쥔 박남주 전 한국원폭피해대책특별위 위원장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히로시마 원폭 피해 동포들과 시간을 함께 했다. 역대 한국 대통령 가운데 처음 있는 일이다. G7 정상회의 참석차 히로시마를 찾은 19일, 시내 호텔에서 열린 '히로시마 동포 원폭 피해자와의 만남' 간담회를 통해서다.

윤 대통령은 행사에 앞서 피해 동포들에게 정중히 고개 숙여 인사했다. 박남주 전 한국원폭피해대책특별위 위원장의 착석을 도우며 예를 다하기도 했다. 원폭 피해 당사자인 피폭 1세와 후손 20여 명이 자리를 지켰다. 김건희 여사도 아픔을 함께 나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슬픔과 고통을 겪는 현장에서 고국이 함께 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정말 깊은 사과를 드린다"며 "우리 동포들이 원자폭탄 피폭을 당할 때 우리는 식민 상태였고, 해방과 독립이 됐지만 나라에 힘이 없었다"는 애석한 심정을 전했다.

"그러다 보니 우리 동포들이 타지에서 고난과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대한민국 정부, 국가가 여러분 곁에 없었다"며 "정부를 대표해 여러분이 어려울 때 함께하지 못해서 정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거듭 허리 숙여 인사했다.  

그러면서 "여러분들은 한국 동포입니다"라고 강조하며 "한국은 국민을 판단하고 국적의 기준을 세울 때 속인주의로 판단한다"고 피력했다. 이는 동포청 설립과 함께 세계 모든 지역에 흩어져 사는 우리 동포에 대한 국가의 보호 의지를 분명히 천명한 셈이다.

이어 "모국이 그동안 얼마나 변하고 발전했는지 가까운 시일 내에 꼭 보시길 바란다"며 초청을 약속했다. 또한 "저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히로시마 평화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공동 참배할 것"이라며 "한일 양국 정상이 함께 위령비를 찾는 것은 사상 최초이고, 한국 대통령으로서도 참배가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여러분의 고통과 슬픔을 제가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이 자리를 빌려 희생된 우리 동포들과 여러분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또한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이렇게 늦게 여러분을 찾은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죄송하다"며 연신 아픈 마음을 전했다.

이에 피폭 당사자인 권양백 전 위령비이설위원회 위원장은 "제 나이가 80세다"고 밝히며 "오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이 감격을 느끼고 있다"는 말로 답례했다. 이어 "저도 앞으로 기념공원 안에 들어갈 것이다"면서 "선배 영령들을 저 세상에서 만나면 대통령님 오셨다고 자랑스럽게 보고하겠다"며 벅찬 감정을 나타냈다.

* 필자 : 정성태(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