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김정숙 여사 옷값과 한국은행 관봉권 뭉칫돈

시와 칼럼 2023. 1. 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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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봉권은 조폐공사가 한국은행에 신권을 보낼 때 화폐 액수와 상태에 이상없음을 보증하는 의미로 띠지를 두룬 후 비닐로 싸서 내보낸다. 한국은행은 이를 공급일자와 담당자 이름을 적어 시중에 있는 은행에 약정한만큼 공급한다. 이러한 한국은행 띠지가 있는 신권 지폐는 정부 부처 또는 시중은행에 돈을 풀 때 사용된다.

반면 시중은행 돈다발은 띠지에 담당자 도장을 찍어 보낸다. 이를 토대로 현금 출처를 추적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한국은행 관봉권은 조폐공사에서 보내진 돈이기 때문에 자금출처 확인이 어렵다. 한국은행과 조폐공사는 예금을 수탁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예금주도 있을 수 없다. 따라서 현금 추적을 막기 위한 용도로 한국은행 관봉권 띠지가 둘러진 신권이 사용되는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 관봉권은 시중은행 지점에서 개인에게 인출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그러나 고액의 예금주가 사전에 전화로 거액의 현금을 요구하게 되면, 미리 준비해둔 한국은행 관봉권 띠지가 있는 지폐를 지급해 준다. 이는 시중은행 일부 센터에서만 극히 이례적으로 볼 수 있으며, 아예 없는 지점이 대다수다.

관봉권이 자주 공급되는 사례는 기업 비서실 또는 자금 부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와 거래하는 은행 지점도 관봉권 유통과 밀접하다. 청와대 인출인 경우, 돈세탁 방지 기구인 금융정보분석원도 특별히 문제 삼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와는 별개로 한국은행은 개인 또는 법인과는 직접 거래하지 않는다. 이는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 발생했던 김정숙 여사와 관련된 과다한 의상비와 장신구 비용이 세간의 공분을 낳고 있다. 더욱이 옷값에 지불된 돈뭉치 제보 사진을 보면, 5만 원권 100장씩 묶음이 되어 있는 한국은행 띠지가 선명하다. 그간 문재인 전 대통령 측은 김정숙 여사 개인 비용으로 옷을 구입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그게 설혹 사비가 맞다면, 어떻게 관봉권 형태의 현금이 지급될 수 있는 것인지 여러 의문이 남는다.

우선 청와대의 공적 자금일 개연성이 농후하다. 또는 기업이나 재력가로부터 흘러왔을 수도 있다. 사람들은 대체로 물건 등을 구입할 때 카드를 사용한다. 거액의 현금을 지니기엔 부피와 무게 등 번거롭고 불편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뭉칫돈으로 결재한다는 것은, 자신의 신분을 숨겨야 할 필요성이 있을 경우로 추정된다. 무릇 여기서 관봉권은 아무런 죄가 없다. 다만 그것을 멋대로 유용한 자를 변별해 내는 특이한 증거가 되어줄 뿐이다.

* 필자 : 정성태(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