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문재인 정권 4년 그리고 대통령 신년사 사이에서

시와 칼럼 2021. 1. 1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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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조국사태를 겪었다. 이후 불구속 재판을 받던 그의 부인 정경심 교수가 법정에서 구속됐다. 그러한 과정에서 속칭 문빠들에 의한 서초동 대검 주변의 조국수호 집회가 연달아 열렸다. 지방 곳곳에서 버스로 동원되기도 했다. 맹목적 팬덤현상이 사실관계마저 가리고 호도하려는 광기어린 현장에 다름 아니었다. 이를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전 장관에 대한 마음의 빚 운운했다. 개인적 문제를 국가적 영역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혹은 속으로만 담고 있어야 하는 이해관계를, 공개석상을 통해 거론하고 말았다.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쏘아올린 도덕적 파탄의 신호탄이 되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막장 밀어붙이기 징계도 법원에 의해 집행이 정지됐다. 도덕적 파산에 이은 법리적 파산이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비해 도덕적 측면과 준법성에서 보다 나을 것이라는 믿음에 금이 갔다. 그야말로 허언과 위선의 민낯을 그대로 대면하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더욱이 오만하게 여겨지는 언행은 민심 이반을 더욱 재촉했다. 집권세력의 높은 지지율 그리고 총선에서 180석 압승 이후 그러한 징후는 더욱 노골적으로 가시화됐다. 그와함께 드러난 무능함과 무대책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주택문제 전반에 거쳐 난장을 방불케했음은 익히 체감하는 바와 같다. 그런데도 인재를 널리 구하는 대신, 유독 끼리끼리 문제적 사람만을 골라 끊임없이 돌려막기 한다.

또한 문재인 정권 초기 추진한 소득주도 성장, 그 방향성에 있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을 듯싶다. 그러나 돈이 쏟아져 나올 수 있는 대형 창구는 그대로 둔 채, 여력이 닿지 않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등에게만 모든 짐을 떠안게 했다. 결국 '을과 을'의 갈등, '을과 병'의 반목만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그로인해 저소득 일자리는 지난 2017년 11월 이후 3년만에 무려 50만 개 가량이 줄었다. 현재는 더욱 열악할 것으로 유추된다. 역병 창궐 때문이다. 중국 후베이성 특히 우한지역에서 유입되는 사람을 늦게까지 방치했던게 결정적 계기가 되고 말았다. 그로인한 모임제한, 영업장 폐쇄, 영업시간 단축, 거리두기 등으로 인한 자영업 매출이 급감하면서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이는 비단 그들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고, 거기서 삶의 터전을 삼았던 노동자들의 생계와도 직결되는 사안이어서 사태의 심각성은 더한다.

그와함께 더불어민주당 일각의 싸가지 없게 여겨지는 언사는 집권세력에 대한 신뢰를 더욱 떨어지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노무현 정권 당시 유시민 의원을 빗대 “어떻게 말을 저렇게 싸가지 없게 하는 재주를 배웠을까”라는 장탄이 인구 사이에서 무성하게 회자된 바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에서도 그와 유사한 경향을 적잖이 목도하고 있다. 거기 주의 주장과 좌표는 있으나 유감스럽게도 실행은 거의 없다. 무릇 권력이 국민의 심부름꾼으로 존립해야 하는데, 도리어 국민을 향해 윽박하고, 군림하며, 걸핏하면 내로남불 식으로 가르치려 든다.

이런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일정기간 안에 입양 취소 또는 입양아 바꿀 수 있도록 하겠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한마디로 어린 생명을 마치 인형 여기듯하고 있음에 다름 아니다. 그런 거기 아동학대 근절에 대한 고민과 대책 그리고 입양된 이후 아이의 지원책 등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어린 생명을 어른의 이기적 필요와 취향에 따라 물품 교환할 수 있는, 또는 아무때나 반품해도 되는 것쯤으로 여기는 대통령의 굴절된 자아와 비정한 사고체계만 고스란히 읽힐 뿐이다. 국민된 입장에서 참으로 경악할 일이고, 한편 두렵기까지 하다. 어린 생명이 백화점 진열된 물건은 아닐 것이기에 그렇다. 그리고 그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역설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는 더더욱 아닐 것이기에 그렇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