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이낙연 대표, 제정신일까?/정성태

시와 칼럼 2021. 1. 9.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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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면 국가 전체가 통째로 망하게 되리라는 불길한 징후가 각양 도처에서 감지되고 있다. 극단적 양극화는 나날이 심화되고 있으며, 그것이 초래한 사회적 갈등은 불신사회의 확대 재생산과 함께 한탕주의를 부추기고 있다. 혹은 미래를 저당잡힌 채 꿈마저 꿀 수 없게 된 매우 허약한 사회로 진입돼 있다. 국가 전체에 드리운 암울한 먹구름이 아닐 수 없다.

경제적 부담 때문에 젊은 남녀가 연애를 기피하는 현실이 되고 말았으며, 더욱이 결혼은 남의 나라 얘기로 배회하고 있다. 설혹 결혼을 해도 아이 갖기를 주저하는 매우 우울한 실상을 마주하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출산율은 1% 미만으로 떨어진 채 회복할 기미가 없고, 급기야 작년에는 전체 인구가 감소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이런 추이가 지속되면 30~40년 후에는 인구가 반토막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국방을 담당하고 생산할동을 해야 할 연령층은 대폭 줄고, 70세 이상 노령 인구 비율만 과도하게 늘게 되는 괴이한 사회구조를 띄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새해 벽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 사면 얘기를 불쑥 꺼냈다. 다수 국민 사이에서 참으로 뜬금없게 들렸을 것으로 여긴다. 문제는 그러한 엄청난 사안을 문재인 대통령과 사전 교감없이 입에 올릴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현직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막강 권한 가운데 하나인 사면권 논의를 여당 대표가 단독으로 꺼냈다고 믿기엔 석연치 않아서다. 만일 그렇다면 그것은 심각한 월권이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전락시키는 모독적 언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재판 중에 있다. 지난 2017년 3월 31일이니, 거의 4년 가량되고 있다. 이제 대법원의 최종 선고를 앞두고 있다. 탄핵 당하기까지 국정 전반을 이끌 역량 면에서 상당한 누수 현상이 있었다. 이를 부인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듯싶다. 그리고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로 탄핵당한 이후 구속된 채 4년여 가까운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 때문에 인구 사이에서 더러 연민의 마음을 갖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리라 여긴다.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횡령 등으로 불구속 재판을 받아오다, 지난해 10월 29일 대법원에서 징역 17년, 벌금 130억 원 선고, 추징금 57억8천만 원이 명령됐다. 이낙연 대표의 사면 얘기가 나온 시점과 대비할 때, 고작 2개월 가량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법원 판결문 잉크조차 마르지 않은 상태다. 특히 자동차 부품회사인 다스 실소유자도 이명박 전 대통령임이 대법원에 의해 확정됐다. 그런 한편 다스 진실을 얘기했던 김경준 씨는 MB 정권 내내 괘씸죄 격인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미국에 거주 중인 그가 한국에 입국해 자초지종을 밝히고 싶다고 했으나 무슨 이유 때문인지 불허되고 있다.

그런 한켠에선 굶주린 젖먹이 자식에게 분유를 먹이기 위해 그걸 훔친 죄로 징역 3년이 선고됐다. 또한 어린 자식들과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라면과 푼돈을 훔친 죄로 징역 3년 6개월이 선고된 경우도 있다. 그 모두가 우리 모두를 가슴 아프게 만드는 고단한 시험이 되고 있다. 그런가하면 법을 몰라 사소한 잘못을 범한 탓에 벌금형에 처해지는 사건도 다반사다. 그런데 그걸 납부할 돈이 없어 수감시설에 수용된 채 노역을 사는 일도 나날이 늘고 있는 추세다. 그것이 문재인 정권이 상용 남발했던 공정과 정의일까? 또한 걸핏하면 외쳤던 사람 사는 세상일까?

그렇잖아도 어려운 국민의 삶이 역병과 함께 더욱 열악한 궁지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 다수가 죽겠다고 호곡어린 신음을 토해내는 와중에 놓여 있다. 그야말로 삶과의 처절한 전쟁을 치루는 것에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 그에대한 손에 쥘 수 있는 현실 타개책과 함께 미래 비전은 전무한 채, 전직 두 대통령만 사면하면 국민 통합이 저절로 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번짓수를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지난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면한 바 있다. 그렇다고 그로인해 국민 통합이 됐다는 흔적은 그 어디서도 찾기 어렵다. 오히려 전 재산 29만 원 뿐이라는 극악한 인면수심만 더해졌다.

그래서다, 국민통합은 권력층의 솔선적 자기 헌신으로부터 비롯된다. 자기 것을 내려놓고 국민 앞에 호소할 있을 때라야 국민적 마음도 열린다. 특히 권력기관 등 요처에서 물쓰듯이 새는 혈세를 줄이고, 낮고 겸손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 자신들 잘못을 겸허하게 성찰하고, 국민 각인의 응어리진 가슴에 용서를 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허위와 위선의 가면을 벗어 던지고, 진솔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자세로 국정에 임할 수 있을 때라야, 거기 비로소 우호적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

각종 수치를 통해 여실히 나타나는 바와 같이, 불평등에 기인한 양극화 골짜기는 망국으로 가는 첩경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극빈층이 처한 삶의 질곡은 날로 죽음의 입술과 밀착 대면하고 있다. 따라서 경제 활성화 방안을 찾고, 그에 기인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선행돼야 한다. 산업구조 개편 통한 기업의 동반성장 기틀을 보다 공고히 구축하고, 그런 기조가 확장될 때 세수도 자연스레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럴때 국민적 세부담없이도 얼마든지 복지확충 또한 가능할 수 있게 된다.

재차 강조하거니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 판결문이 아직 잉크도 마르기 전이다. 사면을 거론하기에 앞서 자신이 받은 일정 형기도 채우지 않았다는 점은, 국민 일반의 법질서 확립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국민적 정서와도 매우 크게 유리돼 있다. 더욱이 자신의 잘못에 대한 참회가 선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우리 모두에게 실로 당혹스러운 지점이 아닐 수 없다. 형기 4년여를 살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도 차별적 차이가 나고 있다. 고작 2개월여 형기를 살고 있는 중범죄자 사면은 역사 이래 들은 바도 없다. 그래서 이낙연 대표의 각성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