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무렵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말이 있다. 소위 '물갈이' 공천이다. 어느 정당을 막론하고 일종의 호객행위에 다름없는 부산을 떤다. 일견 타당성이 있는 주장일 수 있다. 그러나 결과는 늘 빈약했다. 의정 활동에 있어 함량 미달인 경우마저 적잖았다. 그렇다고 다음 선거에서 걸러지는 것도 아니었다. 줄서기만 잘하면 된다는 정치판 속설을 그대로 방증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열정적인 의정 활동을 펼친 다선도 있다. 그런데 영문없이 공천에서 배제되는 황당한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혹은 급작스레 험지로 내몰리기도 한다. 다선이란 이유만으로 유능한 인사가 수모를 당하는 경우다. 일종의 조리돌림이다. 당내 경쟁자 제거를 위한 간특한 수단으로 악용된 사례에 속한다.
또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3선까지만 국회의원을 할 수 있게 제한된다면, 국회 효율성은 지금보다 더 낮아질 개연성이 높다. 굳이 열심히 하려는 의욕이 떨어질 것이기에 그렇다. 더욱이 국정 전반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해법을 갖춘 역량 있는 정치인마저 강제 퇴장당하게 된다. 정치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돌이켜볼 일이다. 그동안 선거 때마다 적잖은 인적쇄신이 단행됐다. 초선이 대거 국회에 진출하기도 했다. 대체로 사회적 성공을 거둔 유명인들이었다. 그런데 국회 사정은 늘 제자리 걸음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러한 시도 자체를 시비할 바는 아닐 것이다. 문제는 본래의 의도에 걸맞는 성과가 없었다는 점이다. 정치권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혹자는 20~30대 젊은층이 국회에 많이 진출하면 사정이 좋아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물론 젊은 목소리가 국정에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이다. 그러나 이 또한 의문스런 물음을 남긴다. 젊음에 대한 판단 기준이 개별 정당의 지향점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수 있는 까닭이다.
아울러 삶과 세상에 대해 관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느냐는 측면에서도 고려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일정 부분 청년층의 국회 진입은 바람직하게 여긴다. 국가적 동량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 제공이란 측면에서 그렇다. 다만 공천 과정에서 각 정당의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후보자의 소양과 인성 그리고 가치관에 대한 심층 평가가 수반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정작 중요한 것은 시스템 교체다. 거대 정당 공천을 받아야만 당선될 수 있는 선거제도를 바꾸지 않고서는 만년 하청이다. 자신이 지닌 가치와 신념 그리고 그에 기반한 소신을 지킬 수 있는 토대 마련이 절실하다. 거대 정당의 조직력과 홍보 등에 구애받지 않고, 그간 쌓은 열정과 헌신만으로 선거에 나서도 평가받을 수 있는 제도 마련일 것이다. 이를테면 중선거구제와 함께, 득표율에 따른 패자 할당제를 일정비율 동시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
특별히 사회, 경제적 약자들의 국회 진출을 대폭 늘려야 한다. 목수, 배관공, 농어민, 비정규직 노동자, 소상공인, 사회복지사, 간호사 등 다양한 직군의 인력이 국회에 진출할 수 있는 구조가 요구된다. 기존의 고위공직자, 변호사, 의사, 기업인, 교수, 언론인, 방송인 출신 위주의 기득권 정치로는 만년 하청일 수밖에 없다. 약자 그룹이 겪는 삶의 고난을 그들이 깊이 있게 알리 무망하다. 피상적이고 관념에 불과할 뿐이다.
무론하고 자신이 지닌 것을 내려놓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입술로는 서민과 개혁을 참칭하면서도 정작 실행에 있어서는 앞뒤 다른 면모를 그간 숱하게 보여왔다. 말잔치만 범람한 거기, 미래가 담보될리 만무하다. 그로인해 심화되는 불평등과 양극화는 국가적 통합과 성장을 저해하는 해악으로 작동됐다. 이제라도 사회, 경제적 약자들이 겪는 제반 문제를 자신들이 직접 입법에 반영할 수 있는 통로를 구축해야 한다.
정치의 본령은 결국 강한 국가와 함께 계층간, 지역간 격차를 해소하는 일이라 여긴다. 아울러 사회, 경제적 약자들이 겪는 삶의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제도 안착이다. 이를 통한 역동적 복지국가 구현과 함께 창의성 발현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선한 의지와 담대한 용기 그리고 실천이 요구되는 일이라 하겠다.
시인 정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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