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조국 사태, 그 잔인한 민낯/정성태

시와 칼럼 2019. 10. 12.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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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운동권의 시대적 역할은 평가할 점이 적잖다. 이를 발판삼아 일단의 사람이 정치적 출세도 했다. 그것 자체를 비난할 일은 아닐 것이다. 다만 그들이 사회적 특권층이 된 이후 보이는 양태다. 철저히 기득권 강화에 혈안이 된 듯 여겨지는 몰염치와 마비된 양심 때문이다. 초법적 일탈마저 서슴지 않는다. 조국 사태가 그 잔인한 민낯이다.

 

박근혜 정권이 일단의 홍위병을 앞세워 국정농단을 일삼다 결국 성난 민심에 밀려 탄핵당했다. 문재인 정권 또한 그와 유사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진보와 개혁을 차용하고 있으나, 실상 그 내용은 극우세력과 별반 다르지 않게 여겨진다. 더는 진보-개혁을 참칭하지 말라는 거센 아우성이 날로 높다. 썩은 나무로는 불쏘시개도 어렵다는 것이다.

 

조국 장관이 검찰개혁 안을 발표했다. 그 주요 골자가 정치인, 고위공직자, 재벌 등에 대한 포토라인 폐지다. 아울러 피의사실공표 금지 및 피의자 소환 최소화다. 그런데 국민적 반응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듯싶다. 국민의 알 권리 차단 그리고 깜깜이 수사 통한 청와대 압력을 비롯해 짬짜미로 이어질 우려가 높기 때문인 듯싶다.

 

물론 긍정적인 내용도 있다. 특수부 축소, 파견검사 전원 복귀, 검사장 전용차량 중단, 공개소환 폐지, 심야조사 폐지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는 윤석열 총장이 이미 자체 개혁 안으로 발표한 내용의 재탕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마저 국회 입법 통한 것이 아니면 무망하다. 법령만 살짝 손본 것은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지 되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조국 장관과 그 가족을 둘러싼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느닷없이 나온 것이어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검찰 개혁이란 미명하에 자신과 가족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의구심 때문이다. 또한 지난 2년 넘게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때는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 심지어 서울대 교수 시절에는 특수부 축소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낸 바 있기도 하다.

 

이렇듯 이른바 조국 사태의 본질은 결코 진보와 보수의 대립이 아니다. 그것은 상식과 비상식, 염치와 몰염치, 정의와 불의, 공정과 불공정, 양심과 비양심에 대한 다툼이다. 진실로 우리사회가 진일보되기 원한다면 이에 대해 말끔히 씻고 넘어가야 한다. 우의로 감쌀 수 있는 한계를 크게 벗어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적 시선 또한 첨예하게 쏠려 있는 까닭이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