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뇌물 및 횡령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구속됐었다. 작년 3월 22일 진행된 재판에서다. 그런데 그로부터 349일된 올 3월 초순, 적잖은 의문을 던지며 항소심 재판부는 그를 보석으로 풀어줬다. 징역 15년형을 선고 받고 수감 중인 중대 죄인을 형기 1년도 채우진 않은 시점에서 놓아준 셈이다.
그의 재임 당시 벌어진 해외자원외교, 방위산업, 4대강 사업 등과 관련된 비리 의혹은 국민적 상실감을 안겨주기에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 국가적 손실 또한 천문학적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 모두가 국민의 피땀을 담보한 금액이다. 그런데도 서민 일반의 복지 증진에는 매우 인색했고, 권익 보호와 향상에는 오히려 냉소적이고 탄압적이었다. 그것이 이명박 정권 5년의 실상이다.
재개발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선량한 시민 다수를 불에 타 숨지게 한 용산참사는 여전히 깊은 슬픔으로 남아 있다. 생계 터전인 자영업자들을 합리적 절차와 타당한 보상없이 강제로 내쫒는 과정에서 발생한 끔찍한 만행에 다름 아니었다. 오죽했으면 적잖은 인구 사이에 그가 숨쉬는 것 빼고는 모두 거짓됐다고 회자되는 지경이겠는가?
이쯤에서 언론의 보도 태도 또한 짚고자 한다. MB가 보석으로 나오기 전, 공중파 방송을 비롯한 유수 언론이 그의 수감장 보행 장면을 경쟁적으로 내보냈다. 벽을 짚은 채 기운이 없는 듯 걷는 모습이었다. 그가 풀려나는데 따른 부정적 여론을 희석시키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으로 여겨지고 있다. 물론 훨체어를 탄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다. 재벌 사주 등에 의해 걸핏하면 차용된 수법인지라, 식상하게 비춰질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던 듯싶다. 그런 점에서도 깨알같이 교활하다.
최근 MB 측은 콜롬비아 보고타 상공회의소 주최 행사에 기조 연설자로 초청 받았다고 공개한 바 있다. 풀려난지 불과 2달여 가량 지난 시점에서다. 언론은 또 이를 앞장서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불과 며칠 후 정작 해당 기관에선 "우린 MB를 초청한 적 없다"고 공식 확인해줬다. 이는 사실상 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 조성용 간보기로 여겨지기에 충분하다. 도대체 배후 어떤 세력에 의한 졸렬함인지 참담한 심경 금할 길 없다. 그 기만성에 아연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여기서 또 다른 문제로 지적되는 점은, 수감된지 1년도 되지 않은 그를 손쉽게 풀어줬던 문재인 정권의 납득할 수 없는 조처다. 만일 그에게 건강상의 문제가 있었다면, 어떻게 지구 반대편에 있는 먼 나라까지 장시간 비행할 수 있겠는가? 기력이 없어서 제대로 걷는 것조차 힘들어하던 그가 불과 2달 사이에 펄펄 날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한 것일까? 기실 그는 건강상에 별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애초 그를 풀어준 처사에 대해 의혹의 눈길을 돌리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이다. 혹여 모종의 밀약이 있었을 수도 있겠다는 추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이제 그 스스로가 건강한 것임을 자인한 셈이 됐다. 문재인 정권은 시급히 재수감하고, 부정축재 의혹에 대해서도 샅샅이 수사해 국고 환수해야 할 일이다. 지난 17대 대선이 끝난 이후, 노건평-이상득 사이에 소위 형님 밀약이 있었던 것으로 도하 언론이 보도한 바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그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기로 한다. 다만 법의 형평성 구현에 대해서는 준엄하게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정의고 또 국민의 명령인 까닭이기도 하다.
시인 정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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