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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공 박 목수는 청년일까
계단공 박 목수는
누구보다 먼저 출근한다.
단체 체조 1시간 전 무렵부터
그는 홀로 스트레칭을 한다.
대개는 피곤해서 엄두도 못내는데
그는 한겨울 혹한에도 멈춤이 없다.
60 넘은 나이에도
그는 힘이 펄펄 넘치는 듯하다.
묵직한 유로폼을 번쩍번쩍
가슴 높이로 들어올려
거푸집을 완성해 나가는 모습에서
잔잔한 성실함이 그대로 읽혀진다.
배우고자 하는 이에게는
친절하고 자상한 안내자며
작업할 때 애로사항은 물론이고
후배들 인생사에 귀 기울이며
선배로서 조언하고 다독일 때면
필경 목수 예수가 그랬을 듯싶다.
건설 현장에서 형틀 목수는
계단을 완성할 수 있어야
진정한 기술자로 대접받는데
그는 계단공 기술만이 아니라
총아된 인격 체계에 있어서도
맛깔나게 잘 익은 과실과 같다.
시 : 정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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