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한반도 핵실험장 위기...야당이 없다/정성태

시와 칼럼 2016. 8. 2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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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의 지금 행태로 볼 때, 그들이 왜 정권을 되찾아와야 하는지 절실한 이유가 묻어나지 않고 있다. 대외적으로 중차대한 문제에 대한 국가적 비전이 결여되어 있으며, 철학과 방향성 또한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격차 해소를 통한 국민생활안정 그리고 무너진 사회정의 구현이라는 측면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기는 매양 다르지 않다.

 

특히 제1 야당인 더민주당의 지리멸렬은 야당 부재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를 축으로 하는 소위 친문세력의 표리부동이야 비단 지난 일만은 아니어서 이젠 새삼스럽지조차 않다. 우리 국익과는 전혀 무관한 박근혜 정권의 사드배치 강행에 대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취하기는커녕 오히려 오락가락하며 도우미 역할에 머물고 있다.

 

사드배치, 일본 및 제3국 방어의 전초 기지로서 갖는 기능 외에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이점은 전혀 없다. 오히려 중국과 러시아를 잃을 수 있는 막대한 경제ㆍ외교적 손실만 고스란히 안게 된다. 더 큰 문제는 강대국들의 패권 다툼에 한반도가 핵실험장의 최전선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위험성이다. 통일도 그만큼 먼 나라의 얘기가 될 수밖에 없다. 민족공동체의 미래와 운명이 걸린 중차대한 사안이기도 하다.

 

확언하거니와, 고고도 미사일 방어망 시스템인 사드배치가 우리 국토와 국민의 생명을 지켜 줄 수 있는 도구가 결코 아니다. 이는 이성의 잣대로 조금만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면 금새 파악되는 문제다. 북한 노동미사일 속도가 마하 7.0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불과 3분 내외로 남한 수도권 상공에 도달하게 된다. 이를 레이더로 탐지한 후 조준해서 격추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매우 촉박하다. 설혹 날아오는 핵탄두를 겨냥해도 떨어트릴 개연성은 매우 희박하다. 무기 성능면에서도 미국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조차 회의적인 입장에 있다. 그런데 만일 격추한다고 할지라도 수도권 상공은 핵물질로 뒤덮이게 된다. 죽음의 재앙을 맞게 되는 셈이다.

 

물론 일본 또는 제3국으로 향하는 미사일인 경우에는 한국이 1차 방어 관문으로서 일정한 역할은 수행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우리와는 전혀 별개의 문제일 뿐이다. 여기서 또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남한 전역에 산재해 있는 24기의 원전 시설이다. 만일 북한이 남한과의 핵전쟁을 수행할 목적이었다면, 굳이 핵미사일을 발사할 이유가 없다. 사정거리 700킬로 정도인 스커드 미사일을 통해 남한 내 몇 곳의 원전시설을 향해 동시 다발적으로 원점타격해도 상황은 종료된다. 전력 공급 차질은 차치하고 남한 내 동서남북이 핵물질로 포화를 이루게 된다. 사람이 살 수 없는 죽음의 땅이 되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일이다.

 

국가 내부적으로는 불평등구조의 심화로 인한 천문학적 수치의 격차 문제가 놓여 있다. 그리고 이는 전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헬조선'이라는 자기 비하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하급직 공무원이라도 되는 게 꿈이 된 청년들의 잿빛 현실을 목도하게 된다. 그들에게 국가와 정치가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는 것인지 심각한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무너지다 못해 아예 실종된 사회정의 또한 우리를 매우 슬프고 우울하게 만든다. 청와대 일부 고위 인사의 숱한 비리의혹이 연거푸 드러나는 상황에서도 박근혜 정권은 오히려 큰소리다. 이를 지적하는 국민 일반을 향해 불순세력으로 딱지 붙이기를 자행하며 겁박하고 있다. 적반하장, 안하무인도 이런 정도면 가히 전 우주가 비웃고도 남을 일이다. 이런 판국이니 거기 어찌 국가적 품격과 국민된 도리를 논할 수 있겠는가.

 

여기에는 야당 부재의 정치 상황 또한 크게 기인하고 있다. 집권세력의 부도덕과 독선에 의한 국내외적 파행에 대해 전혀 대처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민 기만이라는 측면에서는 여야가 가히 공범관계에 놓여 있다고 여겨지는 대목이다. 특히 야권 최대 계파를 형성하고 있는 더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게 그 책임을 우선 추궁치 않을 수 없는 연유다.

 

분명한 것은 세상 인심은 변하기 마련이라는 점이다. 여론이라는 것 또한 뜬구름과 같아 변화무쌍하기 이를데 없다. 야당이 야당으로서의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 않는다면 몰락의 길에 설 수밖에 없다. 하물며 계파 수장 따위야 언제든 헌신 버리듯 할 수 있는 것이 여론이다. 그것이 지난 4.13 총선에서 강한 경고음으로 나타났다. 야권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호남발 갈아엎기가 그것이다. 더민주당을 뒤엎고 국민의당이 싹쓸이를 하다시피한 결과로 나타났다. 아울러 전국 평균 정당득표율에서도 국민의당이 더민주당을 앞섰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어용행각을 지속할 것인지, 더민주당 내의 최대 계파 수장인 문재인 전 대표는 따갑게 자각할 수 있어야 할 일이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