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무엇을 위해 글을 쓰고 정치를 하는가?/정성태

시와 칼럼 2016. 8. 15.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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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유수 언론이라는 곳에 실린 칼럼을 보게 되면 온갖 현학을 일삼는 경우가 더러 있다. 주로 교수 또는 박사라는 자들이 현상에 대한 혈도를 짚진 못하고 그저 죽은 사람 명구 인용하느라 중구난방 또는 횡설수설이 되기 일수다. 그러다보니 거기 정작 있어야 할 내용은 매우 부실하다.

 

인용 또는 비유는 최소화되어야 한다. 그것이 길거나 많을 수록 본질은 흐려지고 공허한 지식의 나열에 그치고 만다. 독자로 하여금 분명한 메시지 전달이 부실한 칼럼은 제 아무리 현란한 수식을 하고 있어도 감흥을 획득하기 어렵게 된다.

 

그저 원고 매수 채우기에 급급해 보이는 글은 이미 사문화 된 법조항과 같다. 고리타분하고 그러다보니 끝까지 읽을만한 인내심을 발휘하기도 쉽지 않다. 현상에 대한 명확한 분별력 그리고 확고한 자기 신념과 철학이 결여돼 있기에 범하는 난삽함에 머물고 만다.

 

그 또한 여기저기 온갖 자료 뒤져서 말맞추기 정도 수준이라면 교수 자리 내놓고 박사 학위도 반납해야 한다. 귀한 시간 뺏겨 가며 독자가 듣고 싶은 것은 언어의 수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연하게 자기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설혹 반대편으로부터 비난을 불러온다 할지라도, 그러나 진실에 기반한 것이라면 떳떳할 수 있잖은가?

 

정치도 이와 같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두리뭉실한 정치적 수사는 삼가해야 한다. 아울러 모든 사람에게 박수 받겠다는 유혹도 떨쳐내야 한다. 그리 될 수도 없거니와 또 그리 되어서도 안 된다. 명쾌하고 분명한 의사 전달을 통해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인지 용단과 소신을 보여줘야 한다.

 

전쟁인가, 평화인가? 대결인가, 통일인가? 재벌인가, 서민인가? 과거인가, 미래인가? 독식인가, 나눔인가? 특권인가, 보편인가? 탄압인가, 인권인가? 부패인가, 청렴인가? 차별인가, 공정인가? 그렇다, 글도 그렇거니와 정치 또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명료할 수록 좋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