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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때문에 신도림에서 사람을 만났다. 고기 구워 나누며 마시는 술잔이 상당히 원만했다. 보다 정직하자면 예감이 좋았다. 식사를 마친 후, 다소 흔들리는 손길을 휘저으며 인사를 나눴다.
귀가하는 길, 보슬보슬 얌전한 자태로 서울의 하늘을 적시는 비가 내렸다. 마침 좌판에 과일 파는 분이 눈에 띈다. 내 또래일까? 혹은 나보다 조금 더 살았을까? 중요한건 무슨 까닭인지, 비가 내리는 저녁 시간인데도 좌판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도마토 3000원, 자두 2000원, 복숭아 5000원, 골판지에 적어 놓은 가격표가 눈에 띈다. 수박 및 참외도 있었지만, 먼저 눈에 띈 그들 합산 가격이 만 원이란 것이 계산되었다. 비록 보슬비라 할지라도 늦은 저녁까지 좌판을 지켜야 하는 그 주인장의 속내가 못내 안타까웠다.
흔쾌히 만 원을 지불했다. 세 종류 과일이 담긴 제법 묵직하게 느껴지는 비닐 봉투를 들고서 귀가하는 길. 비즈니스로 잘 익어가던 대화보다 훨씬 더 풍만한 기쁨이 포만감으로 밀려든다.
벗들이여! 백화점에 쏟아붓는 1/10만이라도, 비를 맞으며 밤을 밝히는 그들과 마주하자. 돈 만 원 때문에 행복하더라. 내 늙은 어머니도 떠오르고, 나만큼 가난할 얼굴 모르는 숱한 이웃들의 선한 눈망울도 떠오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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