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기타]

팥칼국수가 먹고 싶은 밤의 단상

시와 칼럼 2014. 11. 24.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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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기억으로 남은 소년의 때, 어머니가 해주시던 팥칼국수가 너무 너무 먹고 싶은 밤이다. 사뭇 큰 양푼으로 두 그릇을 뚝딱 비워냈으니 적잖이 좋아했었나 보다.

 

밀가루를 개서 손으로 여러차례 찰지도록 반죽한 후, 그걸 적당량 떼어내 둥근병 등으로 얇고 넓게 펼쳐낸다. 그걸 다시 적당한 크기로 겹친 후, 칼로 고르게 썰어 미리 마련한 팥물에 넣고 끓여내면 팥칼국수가 된다. 식성에 따라 소금 또는 설탕을 넣어 먹으면 된다.

 

그런데 이걸 끓여 줄 여자가 곁에 없으니 아무래도 인생 헛살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제 어머니는 연로하셔서 부탁하기 민망하고, 아무래도 누이들을 꼬드겨봐야겠다. 불현듯 팥칼국수가 먹고 싶은 것이, 필경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때문일테다. 아울러 늙고 있다는 뜻이기도 할게다. 인생 참으로 덧없다. 가급적 베풀고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