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기타]

양파값 폭락사태, 농정당국 무능력 탓이다/정성태

시와 칼럼 2019. 7. 4.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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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값 폭락으로 인한 농가 시름이 사상 최악이라는 소식을 접한 후였다. 마침 식료품 조달 때문에 마트에 가게 됐다. 입구 한켠에 양파를 쌓아놓았는데 성인 주먹만한 양파가 12킬로 한 망에 고작 1만원도 되지 않는다. 최종 소비자 가격이 그러하니, 산지 사정은 어떠할지 참으로 마음 아렸다. 반찬할 요량으로 한 망을 샀다.

 

농사를 직접 지어봤거나 또는 농촌에서 보고 살았던 경우가 아니고선 농가의 그 타는 속내를 쉽사리 헤아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 출신이 양파의 주생산지인 전남 무안을 고향으로 둔 탓에 적어도 나는 그 수고로움을 익히 알고 있다. 바로 그것이 근근하게나마 한해를 지탱할 수 있도록 돕는 더없이 소중한 일용할 양식이기에 더욱 그렇다.

 

가뭄 때는 멀리서 물을 끌어와 말라죽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땡볕에 땀이 비오듯 흘러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잡초를 제거하는 일 또한 수시로 병행해야 한다. 그 수고로운 과정을 거쳐야만 튼실한 크기의 양파를 수확할 수 있게 된다. 마치 자식 키우듯 진자리 마른자리 살펴가는 농심이다. 그런데 풍년을 걱정해야 하는 농촌 현실에 가슴 메이지 않을 수없다.

 

여기서 무엇보다 결정적인 문제는 정부 당국의 수급조절 실패다. 그로인해 생산 원가에도 이르지 못하는 가격 폭락으로 이어졌으니 농가의 심정이 어떻겠는가? 반 년의 수고로움이 일순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아마도 가뭄에 쩍쩍 타들어가는 농경지 대하는 고통스런 마음일 듯싶다. 농림수산부 당국의 무능과 사후 전무한 무대책은 비난받기에 결코 부족하지 않다.

 

오늘은 양파를 재료로 청국장을 끓였다. 물론 감자, 멸치, 다시마, 두부도 적당히 넣었다. 찌개가 끓을 즈음 마늘도 넣었다. 간을 보니 약간 싱거운 듯하여 간장을 살짝 넣었더니 맛이 훨씬 좋아졌다. 농가 생각에 금이 간 아픔을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은 잘 모를 듯싶다. 땅을 믿고 열과 성을 다 쏟은 농부의 숨결 말이다.

 

양파 얘기를 하다보니, 문득 어렸을 때 어머니가 만들어주던 각종 양파 요리가 생각난다. 후라이팬에 기름을 얹고 적당한 크기로 썰은 양파를 고춧가루, 간장, 소금, 참깨 등을 넣고 볶아낸 음식이다. 그런가하면 양파 김치 또한 맛이 무척 좋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깍두기 담그는 것과 똑같은 방식이다. 다만 재료가 무 대신 양파일 뿐이다.

 

외국 거주하는 어떤 이가 양파 피클 맛이 좋다고 일러 준다. 근데 이건 따로 날을 잡아 해야되는 일에 해당될 듯싶어 잠시 미루고 있다. 요령을 배워 조만간 만들어 볼 요량이다. 장아찌를 만들어도 밑반찬 대용으로 오래두고 먹을 수 있을 듯싶다.

 

양파와 관련된 진짜 유익한 정보는 기실 따로 있다. 바로 건강에 관한 것이다. 꾸준히 계속 섭취하면 몸속 혈액 정화와 고지혈증 등에도 유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남성들 정력 증강에도 상당한 효용을 갖는 식품으로 회자되고 있다.

 

오래된 기억이 떠오른다. 여름 방학이면 고향에서 지냈는데, 사방팔방 지천에 양파가 심어져 있었다. 엇비슷 또래들과 어울려 산에 갈 때면 누구네 밭 가릴 것없이 눈에 띄는 양파를 쭉 뽑아 날로 먹었다. 그러다보니 매운 맛이 덜하면서 단맛이 나는 양파를 파악하는 안목도 생겼다. 또한 된장에 찍어 반찬 삼기를 무척 좋아하기도 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주인 허락없이 남의 것을 취해도 괜찮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요즘은 곧장 경찰서 간다.

 

여튼 그것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오줌 줄기가 M16에 비견될 지경이었다. 또한 막걸리 한 말을 올려놔도 힘겹지 않을 위력을 자랑했다. 그런데 고향을 영영 떠나면서 양파를 많이 먹을 기회를 잃고 말았다. 그런 탓인지 예전과 같은 위용도 자랑할 정도에는 이르지 못한다. 다시금 양파 섭생을 매일 즐겨야 할 이유가 거듭 생겼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