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문재인 "다음 생엔 부디 같이 남자로 태어나요"에 대해/정성태

시와 칼럼 2016. 5. 20.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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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의 여성이 흉기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서울 번화가인 강남역 인근 상가에서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30대 남성에 의해 발생한 사건이다. 어떤 치정에 의한 것도 아니고, 더욱이 숨진 여성이 특별한 잘못을 범한 것도 아닌 상태에서 그것도 일면식조차 없는 사람에 의해 살해 당하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고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에 못지 않게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강남역 참변을 대하는 더민당 막후 권력자인 문재인 씨의 발언이 그것이다. 여성의 안타까운 죽음을 두고 "다음 생엔 부디 같이 남자로 태어나요"라는 그의 트윗글에 나타난 후안무치와 인격파탄 그리고 여성에 대한 편견 또한 고스란히 읽히기 때문이다.

 

그로인한 비난 여론이 급속히 번지자 "슬프고 미안합니다…이런 뜻으로 읽어주세요”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는 치졸한 자기 변명에 불과하다. 적어도 그는 촘촘한 법조항에 따라 사건ㆍ사고를 다루는 변호사 출신이고 또 참여정부 당시에는 청와대 시민사회 수석, 민정수석, 비서실장을 역임한 사람이다. 그렇다면 그의 이력으로 미뤄 볼 때 최소한 문장의 기본은 알 수 있는, 또는 그런 판단력 정도는 갖춰야 마땅한 사람이다.

 

따라서 그가 트윗글을 통해 애초 밝힌 정황 판단으로 미뤄 볼 때, 그의 의식 구조의 일단이 어떻다는 것을 능히 가늠해 볼 수 있을 듯싶다. 즉, 사회안전망 미비로 인한 억울한 희생에 방점을 두기보다는 남자로 태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죽음을 맞이하게 됐다라는 뜻으로 읽히기에 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문재인 씨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흉악한 남성에 의해 참변을 당하게 되는 모든 남성은 다음 생에는 여성으로 태어나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타인을 해할 정도의 흉악한 남성으로 환생해야 하는가? 그 얼마나 심각하게 굴절된 인식의 오류란 말인가? 이는 그의 무의식 속에 내재된 여성에 대한 편견의 일단이 어떻다는 것을 그대로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

 

우리 사회에 남녀 불평등구조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많은 점에서 시급히 개선돼야 할 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성의 신체적 약함을 통해 오히려 남녀 차별을 정당화 할 개연성이 다분한 감성팔이식 접근은 정치 지도자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매우 부적절한 언급이다. 사회안전망 미비로 인한 참극을 대하는 그의 현실 인식에 대해 깊은 유감과 심각한 우려를 표명치 않을 수 없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