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정동영, 야권 부재 무소속 출정할까?/정성태

시와 칼럼 2016. 2. 1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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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앞두고 전북 순창 산자락에 머물고 있는 정동영 전 대선후보를 찾는 야권 정치인의 발길이 연일 분주하다. 그의 행보에 따라 비례대표를 포함한 족히 수십 석에 달하는 금배지의 향배가 야권 지형을 가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언론은 앞다퉈 추측성 기사를 쏟아내기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박근혜 정권의 독선과 아집을 견제하고 또 대안을 제시해야 할 야당의 부재다. 야당이 야당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상실한 채 회복불능의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거기 더해 온갖 낡고 구태스런 면모까지 일상화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꼬집자면, 새누리당을 닮지 못해 안달하는 듯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박근혜 정권의 개성공단 폐쇄 방침에 따라 김대중ㆍ노무현 정권에서 일궈낸 남북평화 기조는 사실상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그에 따른 사드 문제까지 겹치고 있다. 미 국방부마저 성능 결함을 인정하고 있고 또 요격 실효성 측면에서도 크게 의심되는 사드 배치 논란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통상 압박 카드에 이어 급기야 전쟁마저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야말로 최악의 외교 참사를 겪고 있는 와중에 놓여 있다

이런 막급한 상황에서도 야당의 목소리가 명쾌히 들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김종인 더민주당 비대위원장은 '북한 궤멸'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위기 국면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그에 대한 사과 요구가 빗발치는 데도 불구하고 그럴 수 없다라며 이를 무시하고 있다. 과연 전두환 정권 국보위 출신다운 태도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런데 여기서 더욱 해괴하게 여겨지는 점은, 더민주당 실권자인 문재인 의원의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전쟁을 부추기는 듯한 망발에 대해 "생각이 다를 수 있다"라는 말로 오히려 두둔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는 유감을 넘어 공분을 사기에 결코 부족하지 않다. 그런 문재인 의원이었기에, 지난 참여정부 당시 한나라당과의 공조 통한 햇볕정책 특검을 주도했었는지 반문치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는 국민의당 또한 전혀 다를 게 없다. 안철수ㆍ천정배 공동대표의 "어떠한 대화와 타협도 있을 수 없다"는 발언에 담긴 대결적 대북관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후 야권 지지층의 여론이 싸늘하게 반응하자 말바꾸기가 이뤄지긴 했다. 그러나 어떤 중심 철학없이 오락가락하는 행보임에는 분명하다.

또 다른 문제도 깊게 도사리고 있다. 삶의 질고에 신음하는 다수 국민의 생활상은 방기한 채 그저 자신들 권력 다툼에만 매몰되어 있다는 세간의 싸늘한 지적이다.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공히 고통 받는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 정치 집단인지 도무지 납득되지 않고 있다. 야당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새누리당 아류에 보다 가깝게 인식되고 있는 것이 숨길 수 없는 세간의 혹평이다.

따라서 정동영 전 대선후보는 정체성이 매우 혼미한 두 야당 가운데 어느 한 쪽 손을 들어주기 보다는 차라리 무소속으로 독자 세력화로 나서는 것이 옳은 길이라 여긴다. 아울러 총선 후 야권의 자기 정체성 확립을 통한 선명야당 재건에 주도적으로 앞장 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심각하게 어용화된 더민주당 그리고 국민의당으로서는 오늘의 시대정신을 구현해 낼 수 없다고 여기는 까닭이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