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성완종 폭로, '정동영-천정배 특검 요구, 문재인 검찰 수사'로 후퇴/정성태

시와 칼럼 2015. 4. 13.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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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갑작스런 죽음과 함께 소위 ‘성완종 리스트’가 불거지면서 정치권 전반을 강타하고 있다. 수첩 크기의 메모지에 박근혜 정권의 핵심 실세들 이름이 또박또박 적혀 있어서다. 청와대는 물론이고 새누리당으로서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또한 당초 특검을 요구하며 공세를 취하던 자세에서 상당히 후퇴한 분위기다. 문재인 대표가 특검이 아닌 검찰 수사를 주장하고 나면서부터다. 새누리당만의 문제로 국한되는 것이 아닌, 새정련 또한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란 추측을 낳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이와 관련 오는 4.29 재보선 ‘서울 관악을’에 나선 정동영 후보 그리고 ‘광주 서구을’에 나선 천정배 후보는 즉각 성명을 발표, 특검을 통해 진실을 명명백백히 가려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그에 반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련 문재인 대표는 검찰 조사만을 언급하고 있어서 크게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향후 검찰의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여야 정치인이 적잖으리라 여긴다. 하루하루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초강력 회오리의 중심축에 휩싸인 심정일 테다. 메모지에 드러난 박근혜 정권 실세 몇 명을 포함해 새정련 의원 일부에게도 칼끝이 겨눠질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그 최종 행선지는 이명박 정권의 핵심들이 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

 

최근 시중에 나도는 말 가운데, 성완종 회장으로부터 최소 1억 원 이상 금품을 받은 정치인이 적게 잡아도 100명 이상은 되리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고 있다. 진의가 확인되지 않은 이러한 풍문이 뜻하는 바는 분명하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그 밥에 그 나물이란 자조 섞인 한탄의 성격이 짙다.

 

실제 성완종 회장은 지난 2005년 5월 그리고 2007년 12월에 두 차례나 특별사면을 받은 바 있다. 문재인 새정련 대표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그리고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있었다. 2007년의 경우에는 유독 성완종 회장만 ‘비공개 사면’ 대상에 포함되기도 했다. 비리 혐의로 실형을 확정판결 받은 기업인이, 두 번이나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은 사례는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거듭 납득되지 않는 점은 또 있다. 성 회장이 첫 번째 사면을 받기 전,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는다. 그런데 괴이한 것은 그가 항소를 포기함으로서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는 점이다. 만일 그가 항소심과 상고심을 거치며 재판 과정에 있었다면 특별사면을 받기가 사실상 어렵다. 이는 2차 사면과 관련된 행담도 개발비리 사건에서도 유사한 재판 절차를 밟는다.

 

일반적인 경우와는 무척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일이다. 자신에게 선고된 형량을 줄일 요량으로 거의 대부분 항소 또는 상고하는데 반해 그는 법이 정한 혜택을 거부한 셈이다. 돈이 없어서 재판을 진행할 여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는 사면이 어렵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권력의 핵심에 있는 누군가의 조력을 받았을 것으로 유추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더더욱 놀라울 일은, 성 회장이 사면 복권된 바로 다음날,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 과학비즈니스벨트 태스크포스 민간 자문위원으로 위촉됐다는 사실이다. 노무현 정권 말기에 발생한 일이다. 문재인 새정련 대표와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그리고 이명박 당선자와는 도대체 어떤 함수 관계에 놓여 있는 것일까? 숱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차제에 국회는 상설특검법에 따라 공정하고 또 엄정한 특검을 즉각 실시하여야 한다.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권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파악되는 이른바 성완종 폭로에 대해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야 한다. 검찰에게만 맡겨 놓는다고 해서 그 실체가 드러나리라고 여기는 국민은 거의 없다. 이번 기회에 털고 가야 할 것은 확실히 털고 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