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정동영, "성완종 폭로, 집권세력에 의한 국가 대재앙"/정성태

시와 칼럼 2015. 4. 1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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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했다. 이명박 정권 당시 해외자원외교란 명목으로 증발된 수십조 원의 행방과 관련, 이를 캐기 위한 검찰 조사를 받던 중 생겨난 갑작스런 죽음이다.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던 바로 다음 날 발생한 일이다. 죽음으로서 결백을 증명하려 했다는 세간의 추측만 무성한 실정이다.

 

충청 출신으로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까지 지낸 바 있는 그의 자살 소식은 인구 사이에 적잖은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더 강력한 핵폭탄은 기실 따로 불거지고 있다. 사망한 그의 상의에서 소위 ‘성완종 리스트’로 불리는 손바닥 크기의 메모지가 발견되면서부터다. 금품 공여 명단으로 유추될 수 있는 이름이 또박또박 적혀 있다. 실명 거론된 인사 8명 모두가 대체로 박근혜 정권 핵심 실세이기도 하다.

 

해당 메모지에는 허태열(전 청와대 비서실장) 7억, 홍문종(새누리당 의원) 2억, 유정복(인천시장) 3억, 홍준표(경남지사) 1억, 부산시장(서병수) 2억, 김기춘(전 청와대 비서실장) 10만불로 쓰여 있다. 액수가 기입되지는 않았으나 이병기(현 청와대 비서실장), 이완구(국무총리)라고 기재된 이름도 또렷하다. 그리고 ‘김기춘 10만불‘이라고 적힌 글자 우측 밑으로는 ’2006, 9, 26日 독일 벨기에 조선일보’라고 명기되어 있기도 하다.

 

성 회장이 사망하기 하루 전 경향신문과 갖은 인터뷰에 따르면 “(지난) 2011년 6월쯤에 홍준표 경남지사 측에 현금 1억 원을 건넸다”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를 받은 것으로 여겨지는 홍 지사 측근은 “(성 전 회장이 돈을 줬다고) 말씀하신 마당에 (내가) 틀리다고 이야기 할 수 있겠느냐”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금품이 오고간 것으로 해석되기에 결코 부족하지 않은 대목이다.

 

홍 지사는 이에 대해 “왜 내 이름이 거명되는지 모르겠다”라며 일단 부인했다. 그와 함께 “돌아가시는 마당에 허위로 메모를 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모호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또 “그렇다고 그것을 바로 사실이라고 연결하기에는 문제가 많다”라고 덧붙임으로서 진실 공방을 낳게 하고 있다. 홍 지사가 밝힌 서로 엇갈리는 진술 가운데 무엇이 사실과 맞닿아 있는지 매우 당혹스런 지점이다.

 

한편 오는 4.29 재보선 ‘서울 관악을‘ 선거구에 출마하고 있는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는 이와 관련 박근혜 정권을 강하게 질타하고 나섰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해외자원개발 혈세 탕진 사건, 성완종 전 회장의 박근혜 대통령 측근들 불법 정치자금 폭로로 이어진 일련의 사태는 '새누리당 정권 8년이 만들어낸 국가 대재앙 사건’”으로 규정하며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을 정면 겨냥했다.

 

정 후보는 “김기춘, 허태열 두 사람은 박근혜 정부에서 차례로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한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이다”라며 “고인이 목숨을 걸고 밝힌 점, 돈을 건넨 정황 설명이 구체적인 점 등으로 볼 때 진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검찰 수사에서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까지 나오면서 새누리당 고위 인사들의 이름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성 전 회장이 대통령 최측근들에게 건넨 불법 정치자금 폭로와 관련하여 즉각 입장을 밝혀야 한다”라고 공세를 취했다. 아울러 “떳떳하다면 국회에 특검을 먼저 요구해야 한다”라며 청와대를 강하게 압박했다.

 

정 후보는 특히 “아이들 점심값에 들어가는 돈이 부족하다며 의무급식을 축소하려는 정부여당이 의무급식 한 해 예산의 열 배나 되는 혈세를 허공에 날려버린 데 대해 지금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라며 집권세력을 성토했다.

 

한편 그는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 특위가 지난 3개월 동안 허송세월만 보내다 활동 시한 종료를 코앞에 두고 가까스로 기한만 연장한 것은 현 정치권의 총체적 무능을 드러낸 것이다”라며 “그동안 여야의 정치 행태로 볼 때 처음에만 공방을 벌이다 용두사미식으로 유야무야되어 버리는 우려를 우리 국민은 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정치권 전반에 만연한 태만함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아울러 “이번 사건마저 세월호, 국정원 대선개입, 노인 기초연금, 연말정산처럼 새누리당 의도대로 끌려가서는 결코 안된다”라며 “무능한 기득권 양당체제가 왜 이대로는 안 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들이다”라고 비분강개했다. 아울러 “국민이 나서서 따끔한 회초리를 들어야 할 때이다”라며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 그리고 새정치민주연합과도 분명한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래저래 숨 가쁜 4.29 보궐선거가 되고 있다.

 

시인 정성태